세차례 방한… 한반도 상황 잘아는 ‘지한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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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시대]文대통령과 바이든 ‘케미’는

“조 바이든 당선인은 상대적으로 대화를 통해 설득이 가능하다.”

8일 한 청와대 관계자는 바이든 당선 소식을 접하고 이렇게 말했다. 즉흥적이고 예측이 어려웠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토론을 통해 협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과 별다른 인연이 없음에도 일단 ‘케미스트리’(호흡)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바이든 당선인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기후 환경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극복(코로나19) 등 큰 틀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하다”며 “트럼프 대통령 때보다 안정된 외교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의정생활 36년 중 대부분을 외교위원회에서 보내 한반도 이슈에 대한 이해가 높고 ‘지한파’로 분류된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상원 외교위 민주당 측 간사 자격으로, 2001년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과 바이든의 인연이 문 대통령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1년 김 전 대통령과의 오찬 자리에서 바이든이 “넥타이가 멋지다”고 하자 DJ가 즉석에서 넥타이를 풀어 선물하기도 했다. 그 넥타이에는 흘린 수프 자국이 있었지만 바이든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바이든은 DJ의 대북 포용 정책에도 지지를 보냈다.

DJ와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한미 진보 정권이 호흡을 맞추게 된 점도 눈길을 끈다. DJ가 취임한 1998년 2월부터 클린턴 대통령이 퇴임한 2001년 1월까지 약 2년 11개월은 대북 정책에서 한미 양국의 의견 조율이 비교적 원활히 이뤄진 시기로 꼽히기 때문.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미국은 대북 경제 제재 완화로 호응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성사 뒤 같은 해 10월 조명록 북한 인민군 차수가 워싱턴을 방문한 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방북을 고려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면서 바이든이 인수위원회를 본격 가동하는 시점이 늦어질 경우 문 대통령 임기 내 두 정상이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최지선 기자
#바이든 시대#미국#지한파#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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