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미래, 도화지에 그렸어요” 꿈나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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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대덕에서 과학을 그리다’ 7일 대전엑스포광장서 열려
전국 초중고교생 74명 참석… 세계적 기업 구글도 상금 제공

7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엑스포시민공원 남문광장에서 열린 ‘제2회 대덕에서 과학을 그리다’ 결선 대회. 어린아이들이 빨갛게 물든 
단풍 아래 자리를 펴고 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 세상을 도화지에 옮기고 있다. 이날 결선 참가자들은 가족 단위로 참가해 광장과 인근
 한밭수목원에서 가을을 만끽했다. 대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7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엑스포시민공원 남문광장에서 열린 ‘제2회 대덕에서 과학을 그리다’ 결선 대회. 어린아이들이 빨갛게 물든 단풍 아래 자리를 펴고 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 세상을 도화지에 옮기고 있다. 이날 결선 참가자들은 가족 단위로 참가해 광장과 인근 한밭수목원에서 가을을 만끽했다. 대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과학기술을 그림으로 표현하려면 더 많이 관찰하고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면서 더 잘 알게 돼요.”

7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엑스포시민공원 남문광장과 한밭 수목원에서 열린 ‘제2회 대덕에서 과학을 그리다’ 결선 참가자 이윤서 양(10·대전 상원초 4학년)의 얘기다. 이 양은 장영실의 천문관측기구인 ‘혼천의(渾天儀)’를 중심으로 밤하늘의 신비를 그렸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화창한 주말 아이들은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한껏 펼쳐냈다.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열린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예선(참가신청 973명)을 거쳐 전국 초중고교생 74명이 결선에 올랐다. KAIST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15개 대덕연구개발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내놓은 과학기술을 주제로 그렸다.

대회장은 마치 과학학습장 같았다. 연구기관들이 10여 개의 부스를 마련한 뒤 장비를 가져와 시연하거나 과학 관련 자료를 나눠주고 궁금증에 대해 설명하자 대회 참가자와 나들이객 1500여 명이 몰려들었다.

“가장 중요한 표준의 하나가 시간이죠. 현재 300억 년에 1초의 오차만 허용하는 시계가 개발되고 있어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황응준 전문연구원의 얘기에 아이들은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비디오 현미경을 가져와 광물과 지폐, 피부의 세밀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게 했다. 아이들은 손을 현미경으로 비춰 보고 “당장 씻어야겠다”고 했다. 김성철 과학문화팀장은 “부모님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손을 씻으라고 타일러도 말을 잘 안 듣더니 현미경으로 보고 나서야 아이들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기뻐했다”고 전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인류가 처음으로 실제 관측에 성공한 M87 블랙홀 사진 배경의 포토존을 마련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 정보 똑(Talk)바로, 원자력안전 올(All)바로’ 소책자를 통해 원자력 안전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KAIST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에너지연구원은 기관 홍보를 담은 책자와 수첩 등을 제공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에 대한 자료를 준비했다. 김이한 군(7·대전 기독초 1학년)은 “DNA 모형 키트(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를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에너지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KAIST 등은 각 기관의 연구내용과 홍보를 담은 책자와 수첩 등을 제공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과학적 지식을 회화적 구성으로 녹여내느라 안간힘을 쏟았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주제인 ‘사람을 위한 기계, 로봇’을 선택한 강지훈 군(12·서울 대현초 6학년)은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위험한 일을 하는 미래의 모습을 담았다. 아버지 강승우 씨는 “그림대회에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다양한 과학기술 주제들이 망라돼 있어 좋았다”며 “과학기술 연구기관들이 밀집한 ‘과학도시 대전’에서 이런 대회가 열리는 것은 상징성이 높아 보였다”고 말했다.

지역 대표로 그림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는 신은지 양(13·인천 계산여중 1학년)은 천문연구원이 나눠준 책자 등을 읽으면서 그림 구상에 몰두했다. 어머니 손지윤 씨는 “은지는 조금이라도 멋진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나눠준 팸플릿을 보고 충분히 공부하고 있다”며 “오늘 연구기관들이 과학에 대한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친절히 설명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윤서 양의 아버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롯데케미칼 연구원 이기현 씨는 “과학기술을 미술로 그리라고 하니 아이들이 숙제나 과제라고 느끼지 않고 친근하게 접근한다”며 “과학을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포커스를 잘 맞춘 이 대회에서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 작품은 과학자와 미술전문가들이 공동 심사해 27일 수상작을 발표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별도의 시상식 없이 개별적으로 상장을 전달한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도 이번 대회부터 상금을 지원한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과학기술#도화지#제2회 대덕에서 과학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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