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복지 자리잡으려면 지방자치권 확대돼야”[기고/이태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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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복지란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이 행복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을 총칭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빈곤층 등 사회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현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을 지칭해왔다. 이제는 교육 의료 문화 교통 음식 산림 에너지 주거 환경 생태 등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라면 무엇이든지 복지의 관점으로 보게 된 것은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이런 점에서 ‘공간 전체를 복지의 관점으로 바라보자’는 공간복지는 우리에게 또 다른 지평을 열어준다. 공간복지에는 ‘사는 공간을 단위로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거주자의 기본 생활 유지를 위해 향유해야 하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와 인프라를 총체적으로 세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지역복지(community welfare)’의 구체화를 넘어 개별 요소의 복지적 접근을 종합화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작지 않다.

그러나 정주 공간 중심의 총체적 접근은 기존의 발상이나 관성, 제도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갈 길이 멀다. 공간복지의 안착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를 짚어보자.

첫째는 지방자치의 확대다. 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 제공 및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결정권이 좀 더 많이 지역사회에 주어져야 한다. 당장 지방분권 및 재정분권의 획기적 행사가 어렵다면 과도기적으로 포괄보조금(block grant)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둘째는 공간복지를 둘러싼 각 주체의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 지방정부에는 부서별 칸막이 행정을 뛰어넘는 통합행정이 요구된다. 주민의 욕구를 면밀히 분석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주민들의 참여로 합의된 방향에 부응해 이를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주민들은 자치와 참여에 관한 역량을 높여야 한다. 자치권 강화는 지방정부 권한의 비대화가 아닌 지역주민의 자기결정권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지역주민의 요구를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전문성을 그 안에 배치하는 이해와 수용, 협력적 관계 맺기 등의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로 지역 사회에 공간복지를 실현할 통합적 전달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공공의 업무를 다하는 허브이자 주민이나 제3섹터와 대등한 파트너십을 갖춘 체계로, 돌봄이나 교육 등의 다양한 사회서비스 영역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세 가지 과제의 추진 목표를 세우고 이행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아직 당사자인 지방정부나 지역주민에게 체감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결국 공간복지의 수용과 정착은 언급한 과제가 얼마나 이행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개발시대의 마침표를 찍고 복지시대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전히 지역사회에는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고 복지 욕구 해결을 위한 서비스 제공도 적절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간복지가 개발시대를 넘어 복지시대를 새롭게 구성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해본다.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공간복지#이태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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