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녀 꼭 물어야 하나”… 인구주택총조사에 불쾌감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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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온라인 비대면 조사
응답자 “재혼여부-직장 부서 등 사생활 캐물어 신문당하는 기분”
통계청 “정책 기초자료로 필요”

“아픈 과거일 텐데 재혼 여부나 사망한 자녀가 있는지 묻는 문항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5년 주기로 진행되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인터넷으로 참여했다는 한 온라인 카페 회원 A 씨가 남긴 말이다. 올해 조사는 15일부터 31일까지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활용해 비대면 조사로 실시되고 있다. 비대면 조사에 응답하지 않으면 다음 달 1일부터 18일까지 조사원이 대면 조사를 한다. A 씨는 “조사에 성실히 응답할 의무가 있다고 해 참여하긴 했는데 지극히 사적인 질문들이 많아서 찜찜하다”고 했다.

인구주택총조사는 국가의 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목적으로 1925년 처음 도입했다. 이름과 생년월일 등 기본정보는 행정자료를 활용해 전수조사하고, 구체적인 문항은 전국 가구의 20%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생활 보호와 개인 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며 정부가 사적 정보를 강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55개 조사 문항을 살펴보면 ‘출산한 자녀 중에 사망한 자녀가 있습니까’라고 묻는 항목이 있다. 만약 있다면 ‘남 ○○명, 여 ○○명’에 명수를 기입해야 한다. ‘결혼 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한 때는 언제입니까?’라며 혼인 연월을 묻는 문항에는 ‘재혼의 경우 초혼 시기를 기입합니다’라는 부가설명이 적혀 있다. 올해 조사에서는 사회 변화상을 반영하기 위해 1인 가구로 살고 있는 사유와 혼자 산 기간, 반려동물 동거 여부 등 7개 질문이 추가됐다.

한 누리꾼은 “직장 이름과 부서, 하는 일까지 다 적으라는데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느낌이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너무 적나라해서 중간에 하다가 그만뒀다. 신문당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방문 조사에 부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모든 조사 결과는 암호화돼 있으며, 통계 생산 목적 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제공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된다고 밝히고 있다. 사적인 내용으로 여겨지는 문항들도 다양한 정책 기초 자료 활용을 위해 꼭 필요한 문항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출산한 자녀 중에 사망한 자녀가 있는지’ 물어보는 건 저출산 정책 수립 과정에서 출산력 관련 자료 확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조사 대상이던 B 씨는 조사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공익 목적의 이유 등으로 기각되기도 했다.

표본으로 선정된 국민은 조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계법에 따라 과태료(최고 100만 원)가 부과될 수 있다. 다만 통계청은 지금까지 조사 거부 가구를 대상으로는 과태료를 물린 적이 없다고 했다.

북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전통적인 현장조사 방식에서 벗어나 행정자료만을 활용한 인구주택총조사를 진행한다. 1981년 덴마크가 최초로 정부 등록자료에 기초해 조사를 실시한 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등이 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 직업군 관련 통계나 노인들의 교육 수준 정도 등 행정자료로 잡히지 않는 통계들이 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행정자료로만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그에 앞서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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