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 자립, 이제는 현실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5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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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밀알복지재단은 15일 현대엔지니어링의 지원을 받아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굿윌스토어(GoodWill Store) 일산점 개원식을 가졌다. 일산점은 지난 2월에 영업을 시작했지만 코로나로 개원식을 늦추다가 행사를 조촐하게 진행했다.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지속가능한 모델로 성공하기 위해 굿윌 사업의 선한 취지를 알리고자 한다. 굿윌스토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시민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굿윌스토어는 미국의 Edgar J. Helms 감리교 목사가 1902년 경제공황시기에 보스턴에서 시작한 사회적 기업이다.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는 중고물건을 기부하거나 소비하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굿윌 운동이 교회운동에서 시민운동으로 확산되면서 매우 성공적인 사업장으로 발전하여 미국시민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이 되었다. 현재 미국의 굿윌스토어는 자선이 아닌 기회라는 슬로건으로 미국 전역에 3300여 개의 매장이 있고 연매출이 7조원에 달하며 일자리가 필요한 장애인, 이민자, 실직자 등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 굿윌도 미국과 동일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정과 직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부 받아 분류-전시-판매 등 상품화과정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판매하여 발생된 수익금으로 근로자에게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과 다른 점은 발달장애인 고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 굿윌스토어를 연결하여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시각장애인 고 강영우 박사(전 백악관 장애인정책차관보)의 적극적인 협력 때문이었다. 그가 굿윌을 장애인 직업창출의 최고의 사업장이라고 판단하여 사명감을 가지고 한국에 소개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밀알복지재단도 강 박사의 소개로 2011년 송파점을 시작으로 일산점까지 포함하면 현재 10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고용된 장애인은 대부분 발달장애인이고 약 250명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외에 서울 소재의 ‘함께하는재단’과 부산 호산나복지재단, 수원 중앙복지재단에서 굿윌을 운영하고 있다.

‘굿윌스토어’는 복지와 고용을 선순환 시키는 생산적 복지이다. ‘굿윌스토어’에 고용된 장애인들은 대부분 발달장애인으로 다른 사람과 공정하게 경쟁하여 취업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다. 발달장애인은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전체 등록장애인 262만 명 중 9.2%에 해당하는 24만여 명이다. 이 사람들이 보호작업장과 근로사업장 등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여 최저임금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원자재를 구입하는 원가 부담이 있고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으며 장애인이 제작한 생산품에 대한 일부 시민들의 편견으로 사업이 어렵다. 그러나 ‘굿윌스토어’는 누군가가 선택하여 사용한 물건을 뜻있는 시민들에게 기부받기 때문에 원가비율이 낮고 부가가치가 높아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발달장애인이 자립하고 독립할 할 수 있고 고용과 복지가 선순환 되는 최고의 사업이다.

‘굿윌스토어’는 나눔을 실천하는 나눔 운동이다. 기부자는 가정과 직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선한 일에 사용하기 위해 기부하고, 소비자는 값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매입하지만 지불하는 금액은 대부분 장애인 인건비로 사용된다. 또한 기부자는 기부한 물품을 판매가로 환산한 금액만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있다. ‘굿윌스토어’는 돈을 기부 받는 곳은 아니지만 물건을 기부 받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자본주의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자원이 선순환하며 좋은 일에 사용되고 기부자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참여하는 모두가 나눔을 실천하며 유익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나눔 운동인 것이다.

‘굿윌스토어’는 지구를 보호하는 환경운동이다. 기업의 재고상품은 일반적으로 소각 처리하는데 소각비용도 들지만 미세먼지를 발생시켜 환경을 오염시킨다. 하지만 기업이 생각을 바꾸어 사회공헌활동차원에서 물건을 기부해 주면 환경을 보호하고 소각비용도 절약되지만 동시에 세제혜택도 받고 기업의 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다. 개인기부자도 마찬가지이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으니 환경도 보호하고 여러모로 유익한 것이다.

굿윌스토어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고 있다. 일의 힘을 통하여 자존감이 살아나고 사회적 기술이 향상되기 때문에 이보다 좋은 재활교육은 없다. 부모들과 가족들은 평생 보호만 할 줄 알았던 자녀가 당당히 일하는 것만 보아도 행복한데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급여를 받으니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어떤 부모는 이제 결혼해도 괜찮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한다. 또 어떤 부모는 은퇴 후에 아무런 수입이 없어 생활이 궁핍하였는데 다행스럽게도 장애인 자녀가 취업해 벌어오는 월급이 생활에 보탬이 된다며 좋아한다.

굿윌스토어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매우 적합한 사업장이다. 기부 받은 물품을 분류하고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강점인 반복 작업을 통하여 일상생활훈련이 이루어지고, 매장 판매과정에서 수백 명의 다양한 고객과의 대인관계를 통해 사회성이 향상되므로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것이다. 발달장애인이 입사하면 대부분 빠르게 적응해서 즐겁게 일한다. 연차휴가를 가라고 해도 출근할 정도로 일을 즐긴다. 이처럼 스스로 일하는 일터는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표정과 행동을 매우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굿윌스토어는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과 가족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국가적으로도 고용을 늘리는 생산적 복지사업이므로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시설 투자 등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적극적으로 기부해 주고 검소한 생활을 위해서라도 사업장을 방문해서 상품을 구입하게 되면 선한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장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굿윌도 미국처럼 굿윌스토어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사업장이 될 것이고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정형석·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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