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부산물 활용 에너지바 대기업과 손잡고 생산하죠”… “청각 인공지능 기술 개발, 다임러와 공동 프로젝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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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원한 스타트업 2곳

“어떤 나라에서는 음식이 넘쳐나 음식물 쓰레기가 골칫거리인데, 또 어떤 나라에서는 먹을 게 없어서 문제더라고요. 푸드 업사이클링이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죠.”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34)가 1년 전 창업하게 된 이유다. 그는 국내 첫 푸드 업사이클링 기업 창업자다. 푸드 업사이클이란 음식을 만들고 난 뒤 남은 재료를 버리지 않고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가치의 음식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리하베스트는 맥주를 짜내고 남은 보리 찌꺼기로 에너지바를 만든다. 맥주공장에서 수거해 온 보리 찌꺼기를 가루로 만들어 밀가루 대신 재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래놀라류 식품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 올해 안에 파스타면, 피자 도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무엇보다 제품을 만드는 원료인 보리 찌꺼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중요했다. 다행히도 대기업인 OB맥주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줬다. 밑바탕에는 서울시의 지원이 있었다. 서울시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OB맥주와 함께 ‘미트업’(스타트업이 자신이 가진 기술을 발표하는 자리)을 열어 스타트업들이 OB맥주에 기업을 홍보할 기회를 준 것이다. 이 자리에서 리하베스트가 최종 파트너로 선정됐다.

민 대표는 “서울창업허브에 무상으로 입주하게 되면서 사무실 비용도 절감하고, 시제품을 만드는 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며 “회사 운영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력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서울시는 ‘대기업 협력 사업’을 통해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협력 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투자 유치를 연계하고 입주 공간, 기술협력지원금 등을 제공한다. 글로벌 대기업과 협력할 경우에는 현지 법인 설립 등 현지화를 위한 지원금도 준다.

청각 인공지능 스타트업 ‘코클리어닷에이아이’(코클)는 설립 3년여 만에 독일 대기업 다임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코클은 일상생활에서 들리는 34가지 소리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첨단 기술을 갖췄다. 이런 기술은 사물인터넷(IoT)이나 자율주행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아기 울음소리를 인식해 부모에게 알려주거나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나면 외출해 있는 집주인에게 알림이 가는 방식이다.

대부분 오디오 분석 기술은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는 데 기반을 두지만 이 회사는 비언어적인 정보도 인식한다는 점이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된 기술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이 기술이 제품에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코클의 목표다. 코클의 한윤창 대표(34)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데 이어 대학원에서 음악분석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창업까지 했다. 회사를 다녀본 경험이 없다 보니 초기에는 법인 설립부터 투자 유치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카카오벤처스의 투자를 받아 기반을 닦았다.

지난해에는 서울창업허브에서 주최하는 해커톤을 통해 벤츠코리아와 인연을 맺게 됐다. 벤츠코리아는 코클과 다임러 사이에서 소통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코클과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한 다임러는 코클의 기술을 자동차 등에 적용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서울창업허브가 지원해 주는 개발지원금이 기술 특허 출원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공동 창업자 6명이 모두 이 분야를 연구한 만큼 기술력을 키우는 데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시#스타트업#지원#맥주#부산물#청각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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