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자 못받는데… 정부 자료엔 “중환자 수용 가능 병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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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가능 97곳’ 목록 확인해보니, 일반환자와 동선 겹치는 병실 포함
이미 만실인 곳도 ‘입원 가능’ 분류
“가을-겨울철 대유행시기 대비해 중환자 병상 파악 시스템 정비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소 줄고 있지만 중환자 수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보통 코로나19가 확진되고 일주일 이상 지나야 중증으로 이행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유행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어도 한동안 중환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위중·중증 환자는 163명이다. 5일(159명)보다 하루 사이에 4명이 늘었다. 하루 최대 25명이 발생했던 지난달에 비하면 다소 진정됐다. 그러나 지난달에 비해 신규 확진자 자체가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우려스러운 수치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4일 198명, 5일 168명, 6일 167명으로 감소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 환자는 환자가 발생하고 7∼10일 뒤에 나타난다. 지금 신규 확진자가 줄어든다고 해서 절대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경북 1차 유행 때도 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유행은 3월 초부터 소강기에 접어들었지만 사망자는 4월 말까지 이어졌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도 유행이 실질적으로 끝난 3월 24일(9명)이었다. 중환자가 늘면서 중환자 병상 수도 계속 줄고 있다. 6일 정부가 집계한 전국 중환자 당일 입원 가능 병상은 514개 중 38개로, 5일(522개 중 42개)보다 4개 줄었다. 국내 가장 많은 대학병원이 위치한 서울에서조차 가용 병상은 4개뿐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큰 가을·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중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중환자 병상 및 환자 현황 파악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집계한 코로나19 중환자 입원 가능 97개 병원 자료(3∼6일 기준)를 확인한 결과 병원별 병상 상태와 위중·중증 환자 입원 수에 틀린 부분이 많았다.

먼저 코로나19 중환자가 입원할 수 없는 병상이 가능한 것처럼 집계된 경우가 있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은 3일 중환자 즉시 수용 가능 병실 1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 측에 확인한 결과 이 병실은 6층 본관 일반병동 내에 위치한 병실로 일반 환자와 동선 분리가 불가능한 데다 방호장구도 갖춰지지 않은 병실이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6일 서울의료원은 중환자 1명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3일에 수용 한도를 초과해 추가 입원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체계 과부하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여전히 병상 배분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가을·겨울철 대유행 시기에 대비해 중환자 병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장을 지낸 홍성진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환자 중증도와 병상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 위중한 환자일수록 의료 인프라가 나은 병원에 입원할 수 있도록 하고 회복기 환자는 신속하게 전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이소정 기자
#코로나19#중환자#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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