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길에 한반도 식물 25% 서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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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파주-고양-연천 잇는 189km 저어새 등 천연기념물도 20종 발견
경기도, 스토리텔링형 관광 추진

경기평화누리길 파주 구간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327호 원앙이 먹이를 찾아 날아가는 모습(위 사진)과 김포 구간에서 관찰된 멸종위기 2급 식물 솔붓꽃. 경기관광공사 제공
경기평화누리길 파주 구간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327호 원앙이 먹이를 찾아 날아가는 모습(위 사진)과 김포 구간에서 관찰된 멸종위기 2급 식물 솔붓꽃. 경기관광공사 제공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조성된 경기평화누리길에서 저어새와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 20종이 관찰됐다. 매화마름, 가시오갈피나무, 분홍장구채 등 멸종위기식물을 포함해 1120종의 식물도 발견됐다. 한반도의 식물 서식 종은 대략 4000여 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평화누리길에 25% 정도가 서식하는 셈이다. 경기관광공사는 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경기도 평화누리길 생태 자원 종합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오정철 경기관광공사 DMZ팀 과장은 “평화누리길 생태자원을 3년간 조사한 결과물”이라며 “평화누리길 주변의 다양한 생태계 정보를 알려주고 생태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2010년 5월 조성된 평화누리길은 김포, 파주, 고양, 연천 등 접경지역 4개 시군을 잇는 총 길이 189km의 도보여행길이다. 이곳에는 해안 철책과 한강, 임진강, 역사, 문화관광지 등 여러 명소가 있다. 연간 40만여 명이 찾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화누리길 중 장남교∼숭의전지∼역고드름 62km 구간으로 이어진 연천지역이 조사 대상 4곳 가운데 종(種)이 가장 다양하고 생태계가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연천은 대부분 지역이 군사보호시설로 묶여 민간인 출입이 적어 생태계 동식물 보전에 유리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변에서는 식물 113과(科) 389속(屬) 738종이 발견됐다. 멸종위기 2급인 분홍장구채 가시오갈피나무도 있었다. 분홍장구채는 절벽이나 바위틈에 자생하는 특성이 있다. 현재는 강원 철원군 홍천군 영월군, 경기 연천군 포천시 일대에만 드물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는 14목(目) 36과 96종이 발견됐다. 천연기념물인 까막딱따구리 뜸부기속 수리부엉이 등이 확인됐다. 군남댐 위에서는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다. 포유류도 족제비 고라니 멧돼지 오소리 삵 등 4목 7과 8종이 관찰됐다. 평화누리길 전체 중 김포 구간(39km)에서는 738종의 식물과 118종의 조류가 관찰됐고 파주 구간(69km)에는 769종의 식물과 103종의 조류가 발견됐다. 고양 구간(19km)에서는 521종의 식물과 65종의 조류가 관찰됐다. 주선희 한국생태관광협회 이사는 “천혜의 자연환경은 안보관광에서 생태관광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관광공사는 보고서를 검토한 뒤 평화누리길에 코스별로 맞춤형 생태관광을 접목시킬 계획이다. 지역의 역사와 배경을 단순 설명하는 해설보다는 방문객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진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예를 들어 개발로 인해 멸종위기종인 황새 가창오리 등 조류 서식지가 파괴되고 시민단체 등이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진행 과정을 소개하는 식이다. 스토리텔링 등 기존 프로그램에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속 가능한 생태관광을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도 잡았다. 한 해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세계적 생태관광 명소인 영국런던습지센터가 모델이다.

경기관광공사는 우선 다음 달에 접경지역 4개 시군의 생태자원 지도를 만들어 경기 북부지역 관광안내소에 모두 비치한다. 11월에는 평화누리길 걷기 인증 앱인 ‘올댓스탬프’에 전자도감 형태로 평화누리 12개 코스별 대표 생물정보를 담을 예정이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경기도#파주#평화누리길#천연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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