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가 영상 40개 보기”…초등 저학년 부모들, ‘유튜브와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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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원격수업을 하고 있는 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원격수업을 하고 있는 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 News1
“아이가 완전히 유튜브에 중독됐어요. 선생님은 왜 자꾸 유튜브 영상을 보라고 하나요? 매일 아이랑 전쟁이에요.”

1학기에 이어 2학기도 초중고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학부모들이 ‘유튜브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교사들이 대부분 수업 보조자료로 유튜브 동영상 링크를 활용하면서 학생들이 매일 유튜브에 접속하고, 한 번 접속하면 헤어나지 못하는 ‘과몰입’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부모들이 스마트 미디어를 제한해온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생마저 부문별한 온라인 콘텐츠와 광고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1 학부모 김모 씨는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1, 2교시는 EBS시청, 3, 4교시는 ‘유튜브 링크보며 종이접기 따라하기’ 같은 알림장만 온다”며 “교사는 도대체 출근해서 뭘 하는거냐”고 반문했다. 학부모 장모 씨는 “2학기엔 유치원마저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서 둘째까지 태블릿을 끼고 산다”며 “개학 이후 11일까지 과제를 보니 선생님이 보낸 유튜브 영상 40개 보기더라”고 한탄했다.

교사 입장에서는 5분, 10분짜리 참고 영상을 보여줄 뿐이라지만, 유튜브의 특성 상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파도타기처럼 연결되는 영상에 빠져 한 두 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개임이나 성인 대상 광고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들도 고육지책이라는 반응이다. 원격수업 흥미를 높일 동영상 자료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저작권 침해 걱정 없이 쓸 자료가 유튜브 뿐이라는 것. 다른 자료를 썼다가 소송이라도 당하면 교사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법적 문제 없이 공짜로 쓸 수 있는 자료는 유튜브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그 대가는 아이들이 치르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20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에서는 초중고생 133만 여 명 중 과의존 위험군이 2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6% 폭증했다. 특히 초등생 과의존이 1만 명 가까이 늘어 가장 급증했다.

서울 지역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e학습터’ 등에 동영상 자료가 4000만 건 이상 있다지만 접근성이 떨어지고 최신 영상도 없다”면서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는데 2학기에도 교육부 차원에서 교육 자료나 대안이 전혀 안나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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