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추적, 머리모양 신발 등 보며 따라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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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로 동선 파악하는 역학조사반
“사람 구별하는게 쉽지 않지만 수십개 영상 보고 또 보며 확인”

31일 서울시 역학조사지원반 ‘CCTV 전담팀’의 박혜성 조사관(가운데)과 이혜경 조사관(오른쪽)이 확진자가 다녀간 한 카페에서 
매장 직원과 함께 휴대전화로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1일 서울시 역학조사지원반 ‘CCTV 전담팀’의 박혜성 조사관(가운데)과 이혜경 조사관(오른쪽)이 확진자가 다녀간 한 카페에서 매장 직원과 함께 휴대전화로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영상마다 옷은 바뀌어도 신발과 가방은 잘 바뀌지 않더라고요.”

서울시 역학조사지원반에서 폐쇄회로(CC)TV 조사를 담당하는 박혜성 조사관(48·여)이 밝힌 비결이다. 서울시는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자 CCTV를 통해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를 찾아내는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했다. CCTV에서 단서를 찾고 사람을 구별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서다. 23년 차 공무원으로 각종 생활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다른 시도의 특별사법경찰) 소속의 박 조사관은 4월부터 CCTV 조사팀에 합류했다.

그가 투입되고 약 한 달 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발 확산이 시작됐다. 박 조사관은 “확진자가 많이 나올 때는 하루에 8개 업소까지 방문한 적이 있다”며 “CCTV 수십 개에 촬영된 영상을 하루 종일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2000개 가까운 CCTV를 확인했다. 식당, 카페처럼 방문자가 대부분 앉아 있는 공간은 분석이 쉬운 편이다. 이때는 ‘8배속’으로 빠르게 돌려 보면서도 확진자와 접촉자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10시간이 넘는 분량의 영상을 돌려 보고 허탕을 칠 때도 있다. 확진자가 내내 CCTV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박 조사관은 “솔직히 재미있는 영상이 아니다 보니 오래 보면 졸려서 깜빡 잠이 들 때도 있다”며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반드시 2인 1조로 다닌다”고 덧붙였다.

가장 난감할 때는 확진자의 구술을 바탕으로 작성한 ‘심층역학조사서’ 내용이 사실과 다를 때다. 6, 7월 서울 곳곳에서 방문판매업체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도 그랬다. 박 조사관은 “보통 구성원들이 자세한 활동을 밝히길 꺼려 정보가 부실했고, 어르신들의 기억이라 틀릴 때도 많았다”며 “CCTV 영상과 어르신들 구술 내용이 전혀 맞지 않아 접촉자를 찾기 위해 일주일 치 영상을 돌려 본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때도 박 조사관의 경험이 효과를 봤다. 그는 “사람들이 매일 옷은 바꿔 입어도 머리 모양과 신발, 가방은 잘 바꾸지 않는다”며 “특히 어르신들은 신발에 초점을 맞춰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확진자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에 3, 4곳 정도 출동해 CCTV를 확인한다. 일하는 곳이 바이러스가 있는 현장은 아니지만 조사관들은 늘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박 조사관은 “내가 화면에서 놓친 접촉자가 확진자라면 정말 큰일이 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서울시 역학조사지원반#cctv#동선 파악#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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