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보수’ 차단 ‘혁신 모임’ 활발…통합당, 보수 재건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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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5월 17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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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처리를 위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함께 주 원내대표를 찾았다. © News1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처리를 위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함께 주 원내대표를 찾았다. © News1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에서 스스로 변화하기 위한 다양한 혁신 움직임이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낙선한 인사들은 원외에서 조력자 역할을 자처할 것으로 예상돼 원내·외 움직임이 실질적인 보수 재건 운동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통합당 내부에서 가장 먼저 뭉친 이들은 30~40대 수도권 출마자들이다.

지난 15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초청해 보수의 위기 원인과 해결책을 귀담아들은 이번 총선 30~40대 수도권 출마자들은 국민 신뢰를 회복할 대안으로 당내 의견 그룹인 ‘젊은미래당’(가칭)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칭이지만 모임 명칭을 정하는 등 총선 이후 당내 모임을 구체화한 건 이들이 처음이다. 특히, 진 전 교수가 “통합당은 뇌가 없다”는 등의 돌직구를 서슴없이 날렸지만 “내가 여기(통합당 토론회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라고 표현할 만큼 이들의 혁신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이들은 토론회에서 의견을 취합해 발표한 성명서에서 4·15 총선 참패 원인에 대해 “연이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남의 눈에 티끌을 들춰내는 정치에 급급하다 끝내 민심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라며 “제 눈의 들보를 들여다보지 못한 우리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길 잃은 보수정치를 되살리는 길은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나와 생각이 다른 국민까지도 철저히 섬기는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대안이 ‘야당 내 야당’의 역할을 하겠다는 ‘젊은미래당’ 구성이다. 주요 참여자나 향후 일정 등 세부적인 추진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당내 젊은 당원과 정치인이 주축이 될 것이란 점은 분명히 했다.

이들보다 앞서 혁신모임을 구상한 건 초·재선 당선인들이다.

재선에 성공한 김성원 의원과 이양수 의원은 초·재선 당선인 15명 규모의 혁신모임을 구상하고 있다. 김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에 내정되며 이 의원이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 것으로 분석된다.

합류 의사를 밝힌 초선 당선인은 서울 송파갑의 김웅, 부산남구갑의 박수영, 부산 연제의 이주환 당선인 등이다. 부산 해운대을의 김미애 당선인과 서울 송파을의 배현진 당선인도 합류가 유력한 상황이다. 재선 당선인 중 일부도 추가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보좌진과 당직자들도 합류할 예정이어서 이들이 당 혁신의 주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은 몸집이 커질 경우 자칫 당내 권력 경쟁을 위한 세력화로 비칠 것을 우려해 전적으로 보수 재건을 위한 ‘싱크탱크’ 성격을 유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젊은 정치인과 초·재선 당선인이 움직이는 가운데 4·15 총선에 불출마한 중진 의원들은 원외에서 이들을 간접적으로 도울 예정이다.

대표적인 인사로는 24년의 의정 생활을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김무성 의원이 꼽힌다. 김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극우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올려서 돈을 벌어먹기 위해 자극적인 말을 쏟아냈다. 지금까지 참았는데 이제는 보수 유튜버랑 싸우려 한다”고 선전포고했다.

진 전 교수는 극단적인 보수세력과 결별하라고 조언했다. 광화문과 서초동 ‘아스팔트’ 위에서 태극기를 든 이들이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외연확장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들과의 관계를 끊어야 했음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와 두려움으로 당내에서 총대를 멘 사람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김 의원이 원외에서 이들과 맞서는 것으로도 당내에서의 혁신이 힘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 마포구에 차릴 김 의원의 사무실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불출마한 중진 정치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의 의견 교환이 어떤 형태로든 보수 재건과 2022년 대선을 준비하는 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 인근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전·현직 의원들과 교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 의원 역시 대선까지 남은 2년간 보수 재건을 위한 방법 등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 전 교수는 이같은 통합당 내 움직임에 대해 “진중권이 와서 통합당을 평가한다는 것이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제가 통합당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야당이고, 야당은 야당으로서 견제에 대한 의무가 있다. 제대로 된 야당 역할을 해주는 것이 사회에도 좋은 일이니만큼 이런 흐름을 바람직하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합당의 한 3선 당선인은 “소모임이 활성화되고 거기서 치열하게 논의하고 결론 내고, 또 소모임 간에 교류하고 이런 일들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은 옳다”며 “한 가지 조언하자면 당 지도부와의 잦은 만남으로 이런 결론이 잘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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