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발’의 위력과 위험[오늘과 내일/김광현]

김광현 논설위원 입력 2020-05-07 03:00수정 2020-05-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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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위력 충분히 입증
앞으로 복지의 끝판왕 ‘기본소득’ 부각될 것
김광현 논설위원
이번 총선 결과는 여러 가지를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돈 풀기의 위력이고, 또 하나는 경제 논리가 정치 앞에서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는지였다.

코로나19는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모두 빨아들인 블랙홀이었다. 마지막에 튀어나와 선거판을 흔든 이슈는 긴급재난지원금 하나였다. 그리고 그 위력은 대단했다. 그 나름 정치에 일가견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여당이 이렇게까지 압승할 선거는 아니었는데 막판 전 국민 가구당 100만 원 현찰 지급의 힘이 컸다고 한다. 여야가 다 같은 공약을 내걸었지만 나라 곳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여당의 약속과 입밖에 없는 야당의 약속은 실현 가능성에서 현저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음번 큰 선거인 대선의 이슈는 뭐가 될까. 경제를 보면 지금의 위기상황이 당장은 끝없이 이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바람에 누웠던 풀이 바람이 그치면 다시 일어나듯 머지않아 반등하리라고 본다. 다만 큰 추세는 저성장이 뉴노멀로 굳어지는 흐름일 것이다. 코로나19나 세월호 참사 같은 초대형 사건 사고가 없다면 다음 대선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분명히 복지가 될 것으로 본다. 그중에서도 ‘기본소득’이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벌써 일부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솔솔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다.


기본소득은 일회성 긴급재난지원금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산이나 소득, 일할 의지 여부와 관계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동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적 소득이다. 기존 수당들을 가능한 한 많이 폐지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긴 하지만 가히 복지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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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설계하기에 따라 다양한 실체를 가질 수 있다. 사회주의자에서 시장경제주의자까지 모두 내걸 수 있는 구호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오래전부터 기본소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총선 막바지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결코 즉흥적인 발상이 아니었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또 다른 교훈은 선거 앞에서 경제가 얼마나 무기력할 수 있는가였다. 여권에서 재정건전성 주장은 철없는 소리로 치부된 지 오래다. ‘생산적’ ‘증세 없는’ 이런 관용구를 복지 앞에 붙이는 것조차 이제는 구차하게 여기는 것 같다. 복지 확대는 그 자체로 필수이고, 재원이 필요하면 부유층에게서 세금을 더 걷겠다고 거리낌 없이 말할 만큼 대담해졌다. 더구나 이번 코로나 대방출로 국가 부채의 한도에 대한 한계선도 완전히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나라 곳간을 지키려던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저항은 표 계산 앞에서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불과했다. 다음번 선거 기간 누가 경제부총리에 앉아 있더라도 달라질 게 없다. 지금은 여야 없이 포퓰리즘으로 치달을 게 뻔한데 변변한 수비수 하나 없는 형국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은 경제학 교과서에 늘 나오는 말이다. 물리학에서 질량보존의 법칙쯤 되는 기본 원칙이다. 기본소득이든 뭐든 정부가 뿌려대는 돈 자루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닌 한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일 것이다. 빚을 끌어다 쓴다면 그 대가를 언젠가는, 누군가는 반드시 치르게 돼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돈다발의 위력이 대단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지폐 다발 같은 달콤한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것을 지구 반대편의 여러 나라가 보여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그 길이 아닌지 누군가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도 외쳐야 할 것 같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긴급재난지원금#총선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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