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국내 제약바이오사 1분기 실적 선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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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꺼려 장기처방 늘고 학회 등 판매관리비 지출 줄어
코로나 장기화땐 실적악화 불가피… 일부업체, 위기前 사업재편 박차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실적발표에서 우려와 달리 실적 선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이 병원을 자주 찾지 않으려고 장기 처방을 받는 사례가 늘었고, 대면 영업이 어려워져 오히려 판매관리비(판관비) 지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주로 백신과 만성치료약을 다루는 회사들의 실적 성장이 두드러졌다. GC녹십자는 올 1분기(1∼3월) 전년 동기(2833억 원) 대비 8.6% 오른 3078억 원 매출 실적을 거뒀다. 이번 분기 매출액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다. 영업이익은 61억 원으로 같은 기간 28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백신 제품에 대한 해외 수출이 늘었고, 국내 의약품 사업도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서 독감 백신을 비축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수출액이 전년 대비 22.9% 늘어나 실적 성장을 견인한 것이다.

종근당도 코로나19 국면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가파르게 성장했다. 1분기 매출 2928억 원은 전년(2340억 원) 대비 25.2%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59억 원에서 261억 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종근당은 전체 매출 중 당뇨 등 만성질환 치료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장기 처방이 가능한 제품군은 오히려 코로나19 때 병·의원에 가기를 꺼리는 환자들이 제품 구매를 늘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유비스트가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국내 원외처방 금액은 3조7030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6043억 원) 대비 소폭 늘었다.

동아에스티는 1분기에 전문의약품 실적 증가 외에도 판관비 감소 덕을 톡톡히 봤다. 동아에스티 1분기 판관비는 3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억 원 줄었다. 각종 심포지엄과 학회 등이 취소되면서 지출이 줄었다.

대체로 주요 제약바이오사들이 실적 선방을 한 가운데 유한양행은 영업이익이 11억 원까지 떨어지면서 다소 부진했지만, 오히려 2분기(4∼6월) 실적엔 얀센에 기술수출한 신약 레이저티닙 마일스톤(단계별 기술 수수료) 실적 반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반등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편 실적 선방한 기업들도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실적 절벽이 오기 전에 사업 재편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종근당이 최근 보툴리눔톡신(보톡스) 제제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GC녹십자그룹 자회사 GC녹십자엠에스가 최근 혈액백 사업을 매각한 것도 실적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에도 제약바이오사가 위축될 거란 우려와 달리 실제론 대부분 판관비 감소 등에 따라 깜짝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며 “제약바이오사들이 숨 고를 시간을 번 만큼 2분기부터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제약바이오사#코로나19#1분기 실적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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