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복합터미널 사업 또 ‘좌초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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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변경 등 수차례 사업 지연… 이번엔 민간 사업자 간 분쟁 원인
30년간 숙원 안면도 개발 사업도 업체서 납입금 못내 계약 해지

대전충남 지역의 굵직굵직한 대형 사업이 연초부터 좌초 위기에 놓였다.

대전 서남부 생활권 주민의 숙원인 유성복합터미널은 시행업체 주주 간 마찰로 법정 분쟁에 돌입했다. 또 30년간 충남도의 과제였던 안면도 개발사업은 민간 업자가 납입금을 내지 못해 계약이 해제됐다. 업체의 분쟁과 재정력도 문제이지만 대전시와 충남도의 행정력도 도마에 올랐다.

○ 유성복합터미널, PF 차질에 법적 분쟁까지

대전시와 대전도시개발공사가 유성구 구암동 119-1 일대에 추진하려던 유성복합여객터미널 건설사업은 자금 확보 절차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불투명해졌다. 민간 사업자인 KPIH와 이 회사 대표 송모 씨가 또 다른 주주들과 합의한 수십억 원대 채무이행을 하지 못해 법원으로부터 주식 압류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PF 주관사인 KB증권도 발을 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성복합터미널 핵심 주주 간 갈등은 투자자 권모 씨가 지난해 송 씨를 상대로 송 씨 소유의 주식에 대해 법원에 압류를 신청하면서부터. 권 씨 등은 KPIH 요청으로 터미널 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주주 겸 회사 임원 송 씨 등에게 30여억 원을 빌려줬지만 송 씨가 변제 기일을 넘기자 채권 확보에 나섰다.

법원의 압류 결정으로 KB증권은 KPIH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사업 진행이 어려울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권 씨는 “지난해 말까지 PF 대출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송 씨 측의 주식을 양수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압류 주식에 대해 경매 신청과 함께 송 씨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송 씨는 권 씨 등이 사업 전권을 차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방해하는 바람에 PF 대출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이 같은 대립으로 그동안 4차례나 사업자 변경 등으로 지연됐던 유성복합여객터미널 조성사업은 또다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대전시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 간 분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경우 책임을 따져 사업자 교체 등 전면 재검토와 함께 법적 책임을 물리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30년 숙원 안면도 개발사업도 차질

1990년대 초부터 충남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자도 차질을 맞게 됐다. 이 사업의 민간 사업자는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을 추진하던 KPIH.

22일 충남도에 따르면 KPIH가 18일까지 1차 투자이행 보증금 90억 원을 납부하기로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못해 사업협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충남도와 KPIH안면도는 지난해 10월 ‘안면도 관광지 3지구(시사이드) 조성’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투자이행 보증금 100억 원을 납부하기로 했으나 10억 원만 납부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충남도는 이후 납부기한을 연장하고 분할납부까지 수용했지만 이마저 이뤄지지 않은 것.

KPIH안면도는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PF 대출이 이뤄질 경우 이 돈을 활용해 보증금을 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길영식 충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사업 결렬에 대비해 이미 몇몇 기업과 투자 유치를 협의했고, 조만간 사업자 재공모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전시와 충남도는 자금력은 물론이고 사업 이행 의지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민간 사업자와의 협약으로 또다시 사업을 지연시켰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유성복합터미널#대전도시개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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