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석패율제 도입은 안돼”… 3+1이 합의한 선거법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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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선거법 합의 진통]3+1, 연동형 캡 30석 수용에도
민주당 의총, 석패율제 반발 거세
“지역구 느는 셈… 개혁취지 역행”
손학규 “사실상 3+1의 최후통첩… 與 안받으면 檢개혁도 물건너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사진 오른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민주당 
의총은 4+1 협의체 파트너인 야당이 제안한 석패율제 도입을 수용하지 않기로 하고 야당에 재고를 요청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8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3일째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열고 한국당을 배제한 4+1 
협의체에 대해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시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사진 오른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민주당 의총은 4+1 협의체 파트너인 야당이 제안한 석패율제 도입을 수용하지 않기로 하고 야당에 재고를 요청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8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3일째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열고 한국당을 배제한 4+1 협의체에 대해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시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이 18일에도 선거법 개정안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과 대안신당 대표들은 △21대 총선에 한해 ‘연동형 캡(상한선) 30석 적용’ △석패율제 도입 등을 담은 합의안을 민주당에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석패율제 도입에 대해선 재고를 요청하기로 했다. 석패율제를 둘러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4+1 협의체 공조를 통한 선거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 선거법 합의 놓고 엎치락뒤치락 4+1

민주당을 제외한 3+1 협의체 대표들은 이날 오전 회동에서 연동형 캡 30석 등 선거법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회동 후 “우리 4당 대표는 확고한 공조로 선거제 개혁,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해나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선거제 개혁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석패율제에 대해선 “우리나라 정치의 아주 큰 병폐인 지역 구도를 철폐하고 완화하기 위해 최소한이라도 도입해야 한다”며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절실히 원하던 바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3시간가량 이어진 민주당 의총에선 석패율제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당초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법 원안과 달리 현재처럼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의 선거법 개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석패율제 도입은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낙선한 지역구 출마자들이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되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 의원’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현재 47석보다 겨우 3석만 비례대표 의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상당수가 지역구 의원이나 출마자로 채워질 수 있다”며 “석패율제를 도입할 명분이 없다”고 반대했다. 석패율제가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중진 의원 재선용에 그칠 수 있다는 것도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 이유 중 하나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에 “석패율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훨씬 더 많이 나왔다”며 “석패율제에 대해 재고해 달라고 한 것은 3+1 합의에 나온 석패율을 우린 못 받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일단 4+1 협의체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의총을 통해 협상 전권을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위임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말한 대로 중진 의원들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단서 조항을 단다면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석패율제 재고를 요청하자 합의했던 야3당과 대안신당은 발끈했다. 손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합의문이 사실상 우리의 최후통첩이었다”며 “민주당이 선거법을 안 받으면 검찰 개혁 법안 등 처리도 안 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안하무인으로 나오면 총리 인사청문회 등 다른 현안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민주당, 원포인트 국회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자유한국당과 4+1 협의체에 예산 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할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도 제안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고 야당 전체에 제안할 것”이라며 “회기 결정 안건을 두고 다툼이 있었기에 (본회의 개최 일정에 대한) 협의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법을 둘러싼 협상이 진통을 겪는 상황에서 4+1 협의체 소속 정당들이 본회의 개최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선거법 등을 놓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패스트트랙 법안의 연내 처리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석패율제를 갖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 없다. 일단 올해 안에 선거법은 안 하기로 약속하고 민생 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연동형 캡(cap) ::

연동률을 적용할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 전체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 ‘캡’을 씌운다면 30석이 연동형으로 나눌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가 된다.

:: 석패율제 ::


지역구 선거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2위 후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구제하는 제도. 이를 위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 중복 입후보를 허용할 수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최고야 기자

#4+1 협의체#선거법 개정안#연동형 캡#석패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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