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차기 총리 후보자에 정세균 지명…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7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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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국회의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정 후보자의 지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내외 환경이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새 총리 후보자는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며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도록 내각을 이끌고, 국민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인선을 발표한 것은 집권 직후인 2017년 5월 이낙연 총리,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네 번째다. 이 총리는 국회 인준 투표를 통과해 최장수 총리로 일하고 있고, 김 전 후보자의 국회 인준 투표는 부결됐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 지명 이유에 대해 ‘경제’와 ‘정치력’을 꼽았다. 악화된 민생 경제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둘러싸고 여야가 날선 대치를 벌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는 우선 경제를 잘 아는 분”이라며 “성공한 실물 경제인 출신이며 노무현 정부 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수출 3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정계 입문 전 쌍용그룹 임원을 지냈다. 문 대통령은 또 “정 후보자는 6선의 의원으로 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이라며 “무엇보다 정 후보자는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항상 경청의 정치를 펼쳐왔다”고 덧붙였다.

1950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난 정 후보자는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전북 무주-진안-장수에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고, 이 지역구에서 내리 4선을 한 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두 번 당선됐다.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강하지 않지만 합리적 성품과 언행으로 민주당의 대표적 중진 의원으로 꼽혀왔다.

다만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출신이 행정부의 2인자인 총리를 맡는 첫 사례라는 점은 청와대에게도 부담이다. 정 후보자도 이 점 때문에 최초 총리직 제안을 받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총리로 모시는데 주저함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 투표를 거쳐 정 후보자가 정식 취임하면 내각의 무게감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5선 출신으로 여당 대표를 지낸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3선 이상의 중진 의원 출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들의 정치적 무게감이 높아진 만큼 총리 역시 중량감 있는 인사가 와야 한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 정식 취임 이후 민주당으로 복귀하는 이 총리에 대한 예우도 표했다. 문 대통령과 이 총리는 집권 직후부터 2년 6개월여 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문 대통령은 “국정개혁의 기반을 마련하고 내각을 잘 이끌어주신 이 총리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책임 총리로서의 역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셨고, 현장 중심 행정으로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 총리가 내각을 떠나는 것이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떠나는 순간까지 이 총리에 대해 문 대통령이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표한만큼 이 총리의 정치적 중량감도 더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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