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 생성과정의 비밀 밝혀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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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7000년前 용암 첫 형성 후 어리목-동수악-영실 등으로 분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4년간 연구… 기초학술조사 최종 보고서 작성

한라산 정상 백록담이 1만9000년 전까지의 화산활동으로 형성됐다는 사실을 밝힌 4년에 걸친 기초 학술조사가 마무리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정상 백록담이 1만9000년 전까지의 화산활동으로 형성됐다는 사실을 밝힌 4년에 걸친 기초 학술조사가 마무리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은 1만9000년 전까지 화산 활동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최후 화산 폭발 시기를 2만5000년 전으로 추정했는데 이보다 더 늦게까지 화산 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4년에 걸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기초 학술조사’ 용역을 시행한 결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의 핵심인 한라산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보존을 위해 지형·지질, 동식물, 고기후 등 주요 영향인자에 대한 기초 학술조사를 진행해 최근 최종 보고서를 받았다고 5일 밝혔다. 이번 기초 학술조사는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92km²를 4등분한 뒤 4년 동안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한라산 생성 과정과 시기 등이 규명됐다. 그동안 학자에 따라 점성이 강하고 유동성이 약한 백록담 정상의 조면암질 용암과 조면현무암질 용암의 분출 순서에 대해 이견이 많았다. 이번에 연대 측정 결과 3만7000년 전 이후 조면암질 용암이 처음으로 형성되고 2만1000∼1만9000년 전 조면현무암질 용암이 새롭게 분출하면서 분화구 모양으로 형성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에서 가장 오래전 화산 활동이 있었던 곳은 어리목 상수원(19만1000년 전)이고 뒤를 이어 동수악(18만4000년 전), 윗세오름∼남벽 중간 하천(16만8000년 전), 왕관릉(13만4000년 전), 삼각봉(10만3000년 전), 영실(8만5000년 전) 등 순으로 화산이 분출했다. 그동안 백록담과 아흔아홉골, 영실, 성판악 등은 같은 시기에 화산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를 통해 각기 다른 시기에 분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백두산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코멘다이트’(용암이 흐른 무늬를 지닌 알칼리 유문암의 일종)를 한라산 백록담 남서쪽 모세왓 일대(해발 1500∼1600m)에서 최초로 확인하고 학계에 보고했다.

이번 조사에서 산정분화구 퇴적층 연구를 위해 화구호나 고산습지가 있는 백록담, 사라오름, 물장오리오름, 논고악 등에 대해 시추작업을 했다. 퇴적층 조사결과 3000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강우가 증가했으며 1800년 전 강한 엘니뇨 등으로 급격히 강수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700년 전, 4600년 전, 3300년 전, 2700년 전에는 상대적으로 춥고 건조한 기후가 발생하는 등 수백 년의 주기를 갖고 건조기가 출현한 기후 특성을 보였다.

생물자원 분야에서는 애지렁이, 한라산쥐가시응애가 신종으로 보고됐으며 국내 미기록 식물인 한산자리공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7편의 논문을 학회지 등에 게재했다.

고길림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암석연대, 침식현상, 정밀지형 등에 대한 기초 자료를 확보했다”며 “한라산 지질도 구축, 백록담 침식 정밀 모니터링, 한라산 지하 지질구조 조사 등 다양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백록담#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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