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에 대해 과감한 외교 추진”…비핵화 프로세스 회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5일 2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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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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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에 대한 ‘새로운 방법(new method)’ 언급에 이어 유엔총회에서 북한에 대한 ‘과감한 외교(bold diplomacy)’ 기조를 강조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회복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미 실무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체제안전보장 방안을 중심으로 유연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방한 가능성에 다시 불씨를 지피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관련해 “북한에 대해 과감한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은 평화를 존중하는 어떤 국가도 우방으로 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 북한에 대한 무력 불사용 원칙을 재확인한데 이어 다시 한번 비핵화 협상을 통한 적대관계청산 의지를 밝힌 것.

청와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과 과감한 외교에 더해 기존의 ‘빅딜’에서 요구 수준을 낮추면서 종전선언과 수교협상 개시 등 북-미 관계의 ‘근본적 전환(transform)’ 방안을 북한에 상응조치로 제안하는 구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합의하면 이 대가로 북한에 체제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연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비핵화가 당장 큰 진전을 내기 어렵더라도 북-미 정상이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프로세스가 확실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에 불씨를 지피는 등 남북대화 복원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토마스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접견하고 “평창에서 시작된 평화의 열기가 완전한 평화로 완성되기를 바란다”며 2020년 도쿄 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과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 개최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와대가 북-미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를 띄우고 있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높게 평가하고 있는 북-미 관계의 ‘근본적 전환’ 역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하노이 노딜’ 전인 올 1월말 스탠포드대 연설 등에서 수차례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야당에선 청와대와 여당이 김 위원장 답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앞장서서 낙관론을 펴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국정원이 뜬금없이 ‘김정은 답방설’을 흘리는데, 정권 유지수단이 북풍(北風) 밖에 없냐”며 “결국 조국 (의혹) 덮기 용이라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은 “북미 간에 북핵 이견이 좁혀지고 합의가 도출되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며 “굉장히 여러 가지 충족되기 어려운 조건이 있는데 과연 성사가 될까 하느냐는 이야기로 미션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라고 말했다.

뉴욕=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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