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의 수학교육은 어떻게 이뤄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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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수학 깨봉

“오늘 우리 애가 구구단 2단을 외웠어요.” “우리 딸은 3단까지도 외우는걸요.” “어머! 우리 애가 천재인가? 6세인데 9단까지 외웠어요!”

평일 아파트 근처 카페에 모여 있는 30, 40대 엄마들의 대화다. 선행학습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찍은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언론을 통해 “수능 중심의 입시가 당초 취지와 달리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불필요한 사교육만 팽창시키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해 폐지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교육의 본취지는 사라진 채 경쟁만 부추기는 대입 수능 제도와 ‘SKY’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대학 서열 만능주의가 어린아이들에게 구구단을 외우게 하고, 서로 자랑까지 하는 웃지 못할 광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구구단은 살면서 실생활에 유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크고 난 후 외워 두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하지만 숫자와 곱하기에 대한 의미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에게 무작정 구구단을 외우게 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자연을 관찰하고 놀이를 통해 마음껏 상상력을 펼쳐야 할 시기에 오히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죽이는 꼴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이 수많은 직업을 대체하고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지금도 대한민국의 교실과 학원에서는 선행학습과 입시 경쟁에 내몰리며, 무조건적인 공식 암기와 반복된 계산에 질린 아이들이 스스로 ‘수포자’임을 선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신생 교육 브랜드 ‘인공지능수학 깨봉’이 전국의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멘토링 프로그램을 공개 모집했다. 15명을 선발하는 데 400여 명이 신청할 만큼 인공지능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심사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어른들이 인공지능을 다소 어렵고 멀게 느끼는 반면 학생들은 보다 친숙한 존재로서, 우리의 삶이 나아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반자로 생각한다”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인공지능 세상에 대비할 수 있는 수학 교육이 시급하다”고 했다.

깨봉을 만들고 인공지능 멘토링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조봉한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이 원하는 인재는 새로운 특정 산업이나 업종에 종사하는 기술자나 인재가 아니라 ‘직관력’ ‘통찰력’ ‘상상력’ 등 ‘미래를 예측하고 스스로 생각해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가진 인재라고 했다. “주어진 문제만 열심히 풀고 외워서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에 가봐야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일을 해보면 누가 진짜 인재인지 금방 드러나거든요. 끊임없이 주어지는 새로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고 마는 거죠.”

계산은 인공지능과 기계가 사람보다 훨씬 잘한다. 그리고 교육은 아이들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일이다. 세상이 급변하는 지금, 어느 때보다 학부모의 현명한 판단과 10년, 20년 후의 세상을 통찰하는 힘이 절실하다. 인공지능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수학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함께 생각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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