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방치된 대규모 시유지를 어찌할꼬?

성서행정타운 부지-두류정수장 등… 구체적 활용방안 못찾고 방치
대구시 “공익 목적 쓰임새 찾을 것”

9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 성서행정타운 부지의 모습. 달서구의 분구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도시철도 2호선 환승주차장과 대구수목원 양묘장 등으로 임시 활용하고 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대구 달서구 이곡동 성서 네거리의 대구도시철도 2호선 성서산업단지역 주변에는 공공기관이 몰려 있다. 성서경찰서와 성서우체국을 비롯해 LX국토정보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 대구지방조달청, 대구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공공기관뿐만이 아니다. 역 8번 출구 앞으로는 지상 15층 규모의 대형 상가가 들어서고 있고 대형 마트와 멀티플렉스 영화관, 호텔도 보인다. 인근에 당연히 성서산업단지가 있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있다.

그런데 9일 오후 성서지역 요지나 다름없는 이곳을 찾았을 때 유독 빈 공간이 눈에 띄었다. 역 7번 출구와 맞닿은 성서행정타운 터다. 총면적은 2만3000m². 이 중 약 9000m²의 공간에는 차량 330여 대가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나머지 비포장 공터에는 숲도 아니건만 다양한 종류의 묘목이 심겨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990년 성서지역 택지개발을 할 당시 대구시와 협의해 이 공간을 공공청사 터로 남겨뒀다. 달서구의 분구(分區) 가능성을 고려해 가칭 ‘성서구청’ 터로 예정했다. 대구시는 2006년 5월 LH로부터 이 부지를 사들였다.

그러나 이후 중앙정부가 행정구역을 분리하기보다 통합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분구가 어려워져 결국 30년 가까이 마땅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상태가 돼 버렸다. 단지 2007년부터 도시철도 2호선 임시환승 주차장과 차량등록사업소 서부민원분소, 대구수목원 양묘장으로 쓰고 있다. 임시방편인 셈이다.

대구시는 성서행정타운 터를 비롯해 도심에 장기간 방치된 시유지(市有地)를 어떻게 개발할지 골머리를 앓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개발 가능성이 큰 공간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만 고수할 뿐이다.

2009년 가동을 중단한 달서구 두류동 두류정수장은 10년째 방치되다시피 한다. 도시철도 2호선 감삼역 및 대구 교통의 대동맥인 달구벌대로와 가까워 달서구의 노른자위로 꼽히는 땅인데도 그렇다.

전체 면적 15만8000m² 가운데 수질연구소와 두류가압장 같은 일부 수도시설을 뺀 13만5000m²는 여전히 빈터다. 시는 대구기상지청과 이우환미술관, 국립한국문화관 유치 같은 다양한 개발 방안을 모색하고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15, 2017년 두 차례 대구경북연구원에 활용 및 개발 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2월 이 중 5만 m²를 시민 휴식공간으로 임시 개방했고 같은 해 12월 1800m² 터에 62면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조성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자유한국당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인 강효상 의원(비례대표)이 지난해 11월 ‘두류정수장 이전 후적지(後適地·건물을 이전하거나 철거해 빈 땅) 활용 방안 시민대토론회’를 열고 이곳에 대구의 패션 의료 뷰티산업을 아우르는 K-뷰티메디컬센터를 짓자고 제안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달서구는 두류정수장 터가 대구시청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마당이어서 내심 이곳으로 청사가 이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 대구경북연구원에 성서행정타운 터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정책연구용역을 의뢰했다”며 “두류정수장 터는 향후 개발 가능성을 대비해 남겨 놓은 땅으로 주변 지역과 연계해 공익 목적의 쓰임새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