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철호]우리 시선은 더 먼 우주로 향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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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위한 1단형 시험발사체 비행시험이 지난달 28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75t 액체엔진을 장착한 시험발사체는 점화 후 총 151초 연소해 목표치인 140초 이상을 달성했다. 엔진 연소 종료 후에는 관성 비행을 통해 319초쯤 최대 고도 209km에 도달했고, 이후 나로우주센터에서 429km 떨어진 곳에 낙하했다. 발사부터 낙하까지 10분 남짓의 시간이 걸렸지만 마치 10시간처럼 느껴졌다. 지난 수년간 밤낮없이 엔진을 비롯한 발사체 개발에 직접 참여한 개발자들의 심정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번 시험발사체 성공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그동안 지상 연소시험을 통해 성능을 입증했던 75t 엔진의 신뢰성을 재확인했다. 시험발사체를 통해 비행 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성능을 발휘한 만큼 75t급 액체엔진의 기술 자립화를 검증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75t급 액체엔진을 독자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이와 함께 실제 비행 시험을 통해 발사체 구조, 전자, 제어, 열 공력(열 및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분야), 임무 설계 등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 시험발사체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이러한 목표 대부분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우리 독자 기술로 개발 중인 누리호의 성공에 한층 가까워졌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시험발사체 발사는 한국형발사체 개발의 한 과정이다. 중간점검, 혹은 모의고사를 마쳤을 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이번 시험발사체 발사를 철저하게 분석할 것이다. 발사와 낙하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비행거리, 최대 도달 고도, 방위각, 낙하 위치 등 비행 중 계측된 자료에 대한 종합적 분석·평가를 진행할 것이다. 시험발사체 발사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는 누리호의 성능과 신뢰성을 한층 높이는 데 빠짐없이 적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시험발사체를 발사한 궁극적인 이유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는 시험발사체와 형상부터 다르다. 누리호는 3단 로켓이지만, 시험발사체는 75t 액체엔진 하나로 이루어진 1단 로켓이다. 총 중량은 200t과 52t, 총 길이는 47.2m와 25.8m로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누리호 1단 로켓은 75t 액체엔진 4기를 사용한다. 크기와 중량, 발사체의 힘이 기본적으로 다르다.

우주발사체는 아무리 비싼 비용을 지불해도 수입할 수 없는 전략 기술이다. 누리호는 100% 우리의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발사체다. 설계부터 제작, 조립, 시험 등 발사체 개발의 모든 과정을 우리 기술로 진행한다. 우리는 우주발사체 독자 개발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다.

이번 1단형 시험발사체를 발판으로 최종적으로 누리호 개발에 성공한다면 우리의 시선은 더 먼 우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더 많은 난관과 역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누군가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형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 성원과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함께한다면 우리도 머지않아 우주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한국형발사체#누리호#우주발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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