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체로 번지는 노란조끼… 정권퇴진 외치며 정치세력화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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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이어 벨기에-불가리아서도 세금인상 불만에 반정부 시위
佛주도자 “대중이 의회 들어가야”… 내년 유럽의회 선거 뛰어들지 관심
유럽 포퓰리즘 열풍 가속화될듯
트럼프 “美는 호황, 유럽은 불타” 트윗

꺼지지 않는 ‘노란조끼 불씨’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대가 5일 르망의
 한 연료저장고 앞에 임시 바리케이드를 세워놓고 그 앞에서 불을 피우고 있다. 프랑스 정부를 무릎 꿇린 노란 조끼 시위대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정치세력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르망=AP 뉴시스
꺼지지 않는 ‘노란조끼 불씨’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대가 5일 르망의 한 연료저장고 앞에 임시 바리케이드를 세워놓고 그 앞에서 불을 피우고 있다. 프랑스 정부를 무릎 꿇린 노란 조끼 시위대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정치세력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르망=AP 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무릎 꿇린 ‘노란 조끼’ 시위대가 유럽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는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정치 세력화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1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의회 본부 앞에서는 500여 명의 노란 조끼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시위대는 돌과 당구공을 던지고 경찰 차량을 불태웠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맞섰다. 시위대는 세금 인상에 반대하며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관저 앞으로 가 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전까지 벨기에 내 시위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왈롱 지역의 샤를루아 등에 한정됐으나 점차 벨기에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셸 총리는 “폭력은 허용할 수 없다. 폭도들은 반드시 처벌될 것”이라며 강경 대응 의사를 밝혔다.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의 의회 앞에서도 노란 조끼 부대가 빈부격차 해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8일에는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시위가 예고돼 있다.

노란 조끼 시위의 원조 격인 프랑스와 가장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동유럽의 불가리아다. 내년 1월 유류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인상이 예고된 불가리아에서는 지난달 19일 수천 명이 터키 및 그리스와의 국경지대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9일에는 수도 소피아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불가리아에서는 시위대가 노란 조끼가 아닌 파란색 옷을 입는다. 불가리아 정부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출시된 지 오래된 차량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데 대부분 저소득층이 타격을 받게 돼 이들의 불만이 크다. 세르비아에서는 한 야당 의원이 4일 노란 조끼를 입고 의회에 나타나 “기름값을 낮추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도 노란 조끼 시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으로 퍼지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는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정치 세력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프랑스에서 노란 조끼 시위를 주도한 장프랑수아 바르나바는 4일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대중 계층이 의회에 많이 들어가야 한다”며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할 후보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노란 조끼 시위가 1당으로 정권까지 잡은 이탈리아의 ‘오성운동’처럼 정치 세력화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9년 창당한 오성운동은 국민투표를 포함한 일반 시민들의 정치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으로 시작됐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발적으로 확대되며 정당이 됐다. 좌도 우도 아닌 엘리트 정치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SNS를 통해 모였다는 점에서 노란 조끼와 비슷한 대목이 많다. 노란 조끼 역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청원 90만 명으로 시작됐다. 프랑스 언론들은 오성운동 창립자 베페 그릴로처럼 걸출한 리더가 탄생하느냐가 정치 세력화 여부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노란 조끼 시위대는 유류세 인상 반대 외에 간접세 인하, 최저임금 인상, 연금 인상, 직접 민주주의 확대, 부유세 재가동 등 47개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나갈 뜻을 밝히고 있다.

독자 세력화가 되지 않더라도 유럽에 불고 있는 포퓰리즘 열풍을 가속화하는 역할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언론 파리마치가 4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노란 조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정당은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항하는 야당으로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가 34%, 극우 정당 국민연합이 33%로 기성 정당인 공화당(20%)과 사회당(10%)을 앞섰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트위터에 “마크롱 대통령과 파리 시위자들이 내가 2년 전에 내린 결론(파리 협정 탈퇴)에 동의해서 기쁘다”며 이번 시위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논란을 낳았다. 그는 전날엔 “급진 좌파의 연료세 때문에 사회주의 프랑스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호황을 누리고 유럽은 불타고 있다.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는 구호가 파리 거리에 퍼지고 있다”는 미국 내 극우단체 설립자의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노란조끼#유럽#프랑스#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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