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월드컵처럼 농구도 일단 1승만 하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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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대들보 발돋움 김선형

대표팀 주전 가드로 활약하는 SK 김선형은 “내년 농구월드컵에서 일단 1승을 목표로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대표팀 주전 가드로 활약하는 SK 김선형은 “내년 농구월드컵에서 일단 1승을 목표로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 시즌 프로농구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었지만 김선형(30·SK)에게 달콤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우승 여행을 마치자마자 국가대표팀과 소속팀을 분주히 오갔다. 올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 획득에 기여했고 2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예선에서는 한국의 2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주도했다.

2016년 양동근의 대표팀 은퇴 이후 넘겨받은 국가대표 포인트가드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김선형은 “과거 형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다가 이제 제가 밥상을 차려야 하니까 처음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팀에서도 느끼는 부담이기에 크게 낯설진 않았다. 자연스럽게 형들한테 물려받은 것 같다”라며 웃었다.

○ 후보→조커→주연, 대표팀과 함께한 성장


그가 처음 태극마크를 단 것은 8년 전. 중앙대 4학년 김선형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대표팀 예비명단에 올랐지만 최종 엔트리에서는 탈락했다.

“어린 마음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사실 담담했는데 형들이 같이 고생하다 나간다고 방에 찾아와 위로해주니 벅차더라. 그래도 그런 경험을 해본 게 정말 다행이었다. 프로에서도 제일 잘하는 형들 사이에 운 좋게 대학생이었던 내가 뽑혀서 좋은 경험을 했다. 게임을 뛰고 말고를 떠나서 대선배들이랑 함께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됐다.”

김선형은 2012년부터 줄곧 태극마크를 달고 2014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동메달 획득까지 힘을 보탰다.

“인천 때는 조연까지는 아니고 조커 역할이었다.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그때는 형들이 너무 잘해줘서 금메달을 땄고 나도 그 혜택을 받았다. 이번(아시아경기)에는 제가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죽기 살기로 했다.”

○ 다시 두드리는 세계의 벽

자카르타에서는 아쉬움도 컸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일단 아쉬운 건 이란전이었다. 김선형은 “개인적으론 큰 선수들 상대로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가져가지 못한 게 아쉬웠다”라고 했다. 하지만 8강 필리핀전을 통해 자신감도 얻었다. “조던 클라크슨이랑 대결하면서 미국프로농구(NBA) 수준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 선수가 잘해도 팀으로 붙으니 우리가 이겼다. 확실히 농구는 팀플레이라는 걸 느꼈다.”

그는 2019년 농구월드컵에서 다시 세계의 문을 두드린다. 16년 만에 진출했던 2014년 스페인 농구월드컵에서 한국은 5전 전패를 당했다.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승리는 1994년 세계선수권(순위결정전)이 마지막이었다.

“일단 1승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축구도 월드컵 1승을 목표로 하다가 16강을 목표로 하게 되지 않았나. 농구에서도 한 번쯤 이겨야 하지 않을까. 힘들겠지만 개인적으로 국가대표 은퇴 전에 그런 업적을 남기고 싶다. 4년 전에는 많이 부족했던 시기지만 스피드나 개인기가 통한다는 희망적인 생각도 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농구 보는 눈도 좀 더 생겼으니 해볼 만한 것 같다. 크고 이름 있는 선수들이랑 뛸 때 주눅 들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보완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김선형은 스피드, 패스, 슛을 꼽았다. ‘그럼 다 아니냐’고 하자 김선형은 이렇게 답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그게 다 올라가 있다. 은퇴할 때까지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게 목표다. 한 해라도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 지금까지 그래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라온다는 매력에 빠졌다고 해야 할까.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

용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김선형#농구 대표팀#농구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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