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입김에 다시 꼬여버린 광주형 일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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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 “잠정합의 수용 불가” 반발에 ‘반값연봉 유효기간 조건 삭제’ 등
광주시, 입장 번복해 수정안 제시
현대차 “제안 받아들이기 어려워… 신뢰 회복할수 있는 조치 기대”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 타결이 5일 무산됐다. 전날 노동계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다던 광주시는 이날 다시 현대자동차에 수정안을 건넸고, 현대차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이례적으로 광주시의 입장 번복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이날 오후 7시 입장문을 내고 “광주시가 노사민정 협의회를 거쳐 제안한 내용은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라며 광주시의 수정안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어 “광주시가 현대차에 약속한 안을 노사민정 협의회를 통해 변경시키는 등 혼선을 초래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6일로 예정됐던 투자협약 조인식도 무기한 연기됐다.

○ ‘반값 연봉’ 유효기간이 쟁점

현대차가 거부 의사를 밝힌 광주시의 수정안은 현대차-광주시 잠정합의 1조 2항이다. 당초 1조 2항은 ‘누적 생산 대수 35만 대 달성까지 노사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을 지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법정 주기대로 진행하더라도 애초에 합의한 주 44시간 초임 평균 연봉 3500만 원 등의 근로조건은 누적 생산 대수 35만 대 달성이라는 유효기간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광주시는 현대차와 잠정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날 노사민정 협의회가 공동 결의하면 6일 협약 조인식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 등 노동계가 이 조건의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노사민정 협의회 불참을 선언하자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광주시와 노사민정 협의회는 1조 2항에서 유효기간 기준을 사실상 정하지 않는 수정안 3개를 현대차에 제시했다.

1안은 유효기간 조건 삭제, 2안은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가 유효기간, 3안은 특별한 사안이 없으면 애초 합의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현대차는 내부 검토에서 1∼3안 모두 명확한 기준이 없어 언제든지 근로조건이 변할 수 있다고 봤다. ‘반값 연봉’이 급격히 오르면 투자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광주시 완성차 공장에 위탁 생산하려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마진이 낮아 생산비용을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 “광주시 수없이 입장 번복”

현대차는 완성차 공장의 운영 주체가 될 광주시가 향후 신설 법인 노조에 휘둘릴 수 있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여 협상 과정에서 노동계가 불참, 참여 선언을 번복할 때마다 광주시의 제안이 달라지는 등 사실상 노동계에 휘둘려 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날 이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대차는 입장문에서 “6월 투자 검토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광주시가 스스로 제기한 노사민정 대타협 공동 결의의 주요 내용들이 수정돼 왔다. 이번에도 전권을 위임받은 광주시와의 협의 내용이 또다시 수정·후퇴했다”며 “수없이 입장을 번복한 절차상의 과정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광주시가 수정안 3안을 ‘현대차 당초 제안’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사실 왜곡”이라고 일축했다.

현대차의 비판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협상 기간 동안 노동계에 휘둘린 광주시가 계속 입장을 번복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의 꺼진 불씨를 되살리기는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현대차는 “광주시가 향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투자 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도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 문제로 타결이 무산된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라며 “오늘 협상 타결은 무산됐지만 다시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발표해 여지를 남겼다.

김현수 kimhs@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광주형 일자리#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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