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교실 활용한 ‘온종일 돌봄’ 전국서 속도 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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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첫 돌봄교실 홍성서 개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3일 오후 충남 홍성군 홍성읍 홍성초등학교 돌봄교실을 찾아 아이들과 
놀이하고 있다. 활용도가 낮은 교실을 리모델링해 마련한 홍성초 돌봄교실은 오후 7시까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홍성=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3일 오후 충남 홍성군 홍성읍 홍성초등학교 돌봄교실을 찾아 아이들과 놀이하고 있다. 활용도가 낮은 교실을 리모델링해 마련한 홍성초 돌봄교실은 오후 7시까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홍성=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맨발로 뛰어놀 수 있어요.” “미끄럼틀도 있어요.”

‘예전보다 좋아진 게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묻자 저마다 목청껏 외쳤다. 3일 오후 4시경 충남 홍성군 홍성초등학교 돌봄교실.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미끄럼틀을 탔다. 다른 한쪽에서는 말타기 놀이가 한창이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교실 안에서 할 수 없었던 놀이들이다.

○ 오후 7시 돌봄교실에 아이와 학부모 모두 웃었다

‘온종일 돌봄체계’ 현장을 둘러보고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날 홍성초 돌봄교실을 찾았다. 유 부총리가 돌봄교실을 방문한 건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유 부총리가 홍성초를 찾은 것은 지난달 26일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돌봄교실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초등학교 돌봄교실 운영은 전적으로 학교의 몫이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초등학생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자 학교돌봄 10만 명,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마을돌봄 10만 명을 각각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 학교가 합심해 새로운 돌봄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그 첫 사례가 홍성초다. 홍성군과 교육부가 필요한 예산을 모았다. 학교는 기존에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공간을 돌봄교실로 전환하도록 내주었다. 기존 4개이던 홍성초 돌봄교실을 한 개 더 늘렸다. 여기에 KB금융그룹은 돌봄교실 리모델링 비용을 후원했다.

새로 생긴 돌봄교실은 홍성군이 직접 운영한다. 기존 오후 5시까지 운영하던 곳과 달리 오후 7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저녁 급식도 준다. 홍성초 학생 21명이 이용하고 있다. 정하윤 양(7)은 이전에는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할머니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었다. 정 양은 “이제는 여기서 언니들과 함께 놀다가 저녁까지 먹고 갈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시설도 크게 바뀌었다. 기존에 일반 교실과 다름없던 공간이 맨발로 뛰어놀 수 있는 안락한 곳으로 탈바꿈했다. 의자가 사라지면서 놀 공간이 넓어졌다. 원래 칠판과 교탁이 있던 자리에는 미끄럼틀이 생겼다.

학부모들은 크게 만족해했다. 홍성초 1학년 딸을 둔 이승민 씨(42)는 “맞벌이라 이전에는 돌봄교실이 끝나고 퇴근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학원 뺑뺑이’를 돌렸다”며 “이제는 학교에서 늦게까지 돌봐줘 퇴근 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했다.

○ 아파트 많은 신도시엔 ‘마을돌봄 공간’ 개소

이날 홍성초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내포신도시 LH스타힐스 아파트 단지에서도 기존에 없던 돌봄 시설이 문을 열었다. 내포신도시는 2013년 충남도청이 옮기면서 생긴 신도시로 최근 인구가 많이 늘고 있는 지역이다.

‘아동통합지원센터’로 이름 붙여진 이 시설은 원래 아파트 단지 내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설 자리였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전본부와 입주민들이 이곳을 돌봄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무상 임대하기로 했다. 이곳에는 홍성군이 운영하는 방과후 돌봄센터뿐만 아니라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공동육아나눔터도 생겼다. 돌봄센터는 초등학생 60명이 오후 7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날 개소식에는 유 부총리, 양승조 충남도지사, 김석환 홍성군수,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유 부총리는 “이런 돌봄 시설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법 개정과 예산 지원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개소식에는 주민 300여 명이 모였다. 유모차를 끌고 온 학부모, 하굣길에 들른 초등학생, 동네 청년과 어르신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떡과 음료수를 나눠 먹었다. ‘온 마을이 아이를 돌본다’는 말을 이곳에서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홍성=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돌봄교실#홍성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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