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빈곤층만 죽어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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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하위 20% 계층 실직 급증… 3분기 근로소득 사상최대 감소
빈부격차 심화… 11년만에 최악

저소득층의 실업이 급증하면서 올해 3분기(7∼9월) 소득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이 사상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취업자가 늘어난 상위 20% 고소득 가구의 근로소득은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상·하위 20% 계층 간 소득 격차는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쪽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과 연금보험료 등 전체 가구가 의무적으로 내는 비소비지출은 사상 처음 월평균 100만 원을 넘었다.

통계청이 22일 내놓은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3분기 기준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74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다.

가계소득이 대체로 늘었지만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득은 131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줄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소득은 973만6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8% 늘었다.

이런 ‘빈익빈 부익부’ 양상은 가난한 가구는 일자리를 잃거나 취업이 안 되고 부유한 가구는 취업이 잘되는 고용 양극화 때문이다. 1분위의 가구당 취업자 수는 지난해 3분기만 해도 0.83명이었지만 올 3분기 0.69명으로 급감했다. 그 결과 1분위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23% 줄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5분위 가구의 취업자는 같은 기간 2명에서 2.07명으로 늘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양극화 정도를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2배였다. 상위 20% 가구가 세금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하위 20% 가구의 5.5배를 넘는다는 뜻이다. 이는 2007년 3분기(5.52배)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가계동향에 대해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고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서 현안 보고를 받고 서민, 영세 자영업자, 제조업에 대한 긴급 금융지원 대책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금융지원 방안을 지시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카드 수수료체계 개편으로 애로를 겪는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출세액공제를 확대하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연간 1조4000억 원가량 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어 자동차, 조선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매출채권 등 자산을 포괄적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기업 대출 때 적용하는 예대율 규제를 완화해 대출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도록 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문병기·김성모 기자
#소득하위 20% 계층 실직 급증#3분기 근로소득 사상최대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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