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 살리는 ‘하늘의 응급실’ 인천 닥터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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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1059차례 섬-바다에 출동… 응급환자 997명 이송 생명 구해
하반기 조업 시작되며 비상대기

항공의료팀이 길병원 응급의료센터 옥상에 착륙한 닥터헬기에서 환자를 내려 응급실로 옮기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항공의료팀이 길병원 응급의료센터 옥상에 착륙한 닥터헬기에서 환자를 내려 응급실로 옮기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12일 오전 11시경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헬기) 운항통제실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인천 옹진군 덕적도 인근 해상에서 어선을 타고 조업하던 중 절단된 굵은 밧줄에 배를 맞은 선원 배모 씨(63)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 복강 내부 출혈이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조진성 응급의학과 교수(43)와 김미지 응급구조사(34·여)는 곧바로 병원 옥상에 대기 중이던 닥터헬기를 타고 30분 만에 약 55km 떨어진 덕적도에 도착했다. 배 씨는 통증을 호소하며 혈압저하 증상을 보였다. 조 교수는 응급조치를 한 뒤 배 씨를 닥터헬기에 태워 길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병원에서의 정밀검사 결과 ‘비장 파열에 따른 복강 내 출혈’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배 씨는 색전술(신체 특정 부위로 가는 혈류를 차단하는 시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해 가고 있다. 조 교수는 “모든 중증외상 환자에게는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닥터헬기가 있어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1일부터 인천 앞바다에서 하반기 조업이 시작되면서 섬과 바다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닥터헬기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15일에도 강화도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의심되는 환자를 이송해 의식을 되찾게 했다. 이달에만 닥터헬기가 15차례 출동해 14명의 목숨을 살렸다.

닥터헬기는 2011년 9월 국내 처음으로 인천에서 운항을 시작했다. 이후 전국으로 확대돼 현재 6대가 운항하고 있다. 첨단 의료장비가 탑재돼 중증 환자를 위한 ‘하늘의 응급실’로 불리는 인천의 닥터헬기는 7년 동안 1059차례 출동했다. 이 가운데 응급환자 997명을 병원으로 옮겨 목숨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길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13명과 간호사 4명, 응급구조사 3명이 교대로 닥터헬기에 배치돼 연중무휴로 운항하고 있다.

취항 첫해에는 인천 도심에서 약 70km 떨어진 옹진군 백아도와 울도 부근만 주간에 운항했다. 섬이 많은 인천 특성에 맞춰 올 2월부터 운항거리를 250km로 늘려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까지 갈 수 있게 됐다.

운항 기록을 살펴보면 전체 출동 건수의 약 80%인 844건이 섬 지역이었다. 강화도가 194건으로 가장 많았고, 연평도(104건) 덕적도(103건) 자월도(55건) 순이다. 인천에서 직선거리로 194km 떨어져 있는 백령도는 8건이었다.

닥터헬기로 이송된 환자의 질환은 중증 외상이 325명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다음은 급성 뇌출혈 및 뇌중풍(뇌졸중)이 211명(20%)이었다. 급성 심근경색도 106명에 이르는 등 대부분 골든타임이 중요한 환자였다.

김양우 가천대 길병원장(65)은 “닥터헬기에 탑승하는 환자 대부분이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 주민이기 때문에 빠른 이송과 응급처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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