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파고 vs 알파고 특선보… 마지막 화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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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 마스터 ● 알파고 제로
11국 10보(163∼175)

백 ◎는 인간의 눈에는 객기처럼 보인다. 지금 형세에선 그냥 좌상 흑 대마를 곱게 잡으면 된다. 물론 백 ◎를 두지 않으면 흑이 먼저 A로 젖혀 선수 끝내기를 하는 게 기분이 상한다. 그러나 흑 A를 당해도 형세가 유리한데 왜 굳이 이곳을 선수로 처리하려는 걸까. 인간은 이런 변화가 불안하다. 이기고 있으면 공연한 변수를 만들지 않고 뒷문을 걸어 잠그고 싶어 한다. 수읽기에서 불의의 착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파고는 그런 막연한 두려움과는 거리가 멀다. 알파고는 뛰어난 수읽기와 계산력을 바탕으로 실전 진행이 최선이고 변수도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백 ◎를 무시하고 흑이 63으로 두자 백은 64로 바꿔치기를 불사한다. 흑 67로 뒤늦게 참고도 흑 1처럼 우상 흑을 보강하면 백 4, 6의 콤비블로가 있어 좌상 흑 대마를 살릴 수 없다.

결국 백 74까지 좌상 흑은 살고 우상 흑은 죽었다. 이 바꿔치기는 대세에 지장이 없다.

그러자 흑은 75로 마지막 남은 화약고에 불을 붙였다. 흑이 유일하게 기댈 곳이다. 팻감이 누가 많은가의 싸움이 됐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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