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3조원 ‘맥쿼리펀드’ 운용권, 19일 결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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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파트너스-맥쿼리자산운용, 주총서 표대결

국내 유일의 상장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펀드(MKIF)의 운용권을 놓고 석 달 넘게 이어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19일 막을 내린다.

운용사 교체를 요구한 국내 신생 헤지펀드 플랫폼파트너스는 “펀드 운용사가 과도한 보수를 챙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맥쿼리 측은 “해외에 상장한 인프라펀드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그동안 엘리엇 같은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을 공격한 적은 많았지만 이번 사안은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한 국내 헤지펀드가 대형 외국계 투자회사를 상대로 경영 개선을 요구한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KIF는 1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운용사 교체 안건을 논의한다. MKIF 운용을 책임지는 맥쿼리자산운용을 코람코자산운용으로 교체하는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이 벌어지는 것이다. 운용사를 교체하려면 전체 주주의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MKIF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우면산 터널 등 국내 12개 인프라에 투자해 이용료 등으로 수익을 내는 펀드다. 시가총액은 3조1000억 원에 이른다. 2006년 상장 후 연평균 9.4%의 수익률을 올린 데다 배당률도 7.2%로 높아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번 주총 표결의 시작은 올해 6월 플랫폼이 “운용 보수를 인하하고 운용사를 교체하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맥쿼리자산운용이 12년간 전체 펀드 분배금의 32.1%인 5353억 원을 보수로 가져간 것이 다른 인프라펀드의 보수에 비해 과도하게 많다며 문제 삼은 것이다. 플랫폼은 운용보수를 현재의 연 1.25%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맥쿼리자산운용은 “MKIF는 투자하는 법인 경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액티브 펀드인데 패시브 방식의 다른 인프라펀드와 보수를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섰다.

여기에다 최근 맥쿼리그룹이 호주에서 한 인프라펀드의 운용 보수를 한국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은 더 커졌다. 이에 대해 맥쿼리자산운용은 “MKIF와 성격이 다른 사모펀드로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공방이 거센 만큼 표심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반으로 갈라졌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 글래스루이스는 “보수를 낮추면 주주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운용사 교체에 찬성했다. 반면 ISS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코람코보다 맥쿼리의 운용 능력이 더 뛰어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MKIF 주주들 가운데 보수적 성향의 기관투자가 비중(49.7%)이 높아 운용사 교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교체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찬성표가 예상보다 많이 나올 경우 향후 주주 행동주의 움직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차종현 플랫폼파트너스 본부장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에 문제 제기를 한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철흠 맥쿼리자산운용 대표는 “향후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시총 3조원#맥쿼리펀드 운용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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