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매티스 재등장…‘북미관계 원점 회귀도 불사’ 시그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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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재개’ 압박카드 꺼낸 美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의 간판 중 한 명.

야전사령관 시절 적진을 향해 “도발하면 모두 죽여버리겠다(If you f××× with me, I will kill you all)”고 해서 ‘미친 개(Mad Dog)’로 불린 살아있는 미 해병대의 전설이다. 그런 매티스가 또 다른 해병대 4성 장군인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과 함께 28일(현지 시간) 브리핑에 직접 나서 군사적 압박 카드를 꺼내든 것은 트럼프의 대북 기조가 협상 모드에서 초강경 압박으로 선회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미친 개’ 매티스가 꺼낸 군사적 압박 카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촉구하며 선제적으로 내놨던 핵심 유인책 중 하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평창 겨울올림픽 전인 1월 전화통화를 갖고 “올림픽 기간 연합 훈련은 안 하겠다”고 합의했고, 트럼프는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전쟁게임(war game)”이라며 중단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 결정을 사실상 뒤집은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의 북-미 교착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초강경 대응을 통해서라도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를 끌어내지 않으면 협상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북한은 올해 비핵화 논의 과정은 물론이고 최근 몇 년간 한미 연합 훈련을 ‘도발 책동’이라며 강하게 비난해 왔다. 5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하나인 ‘맥스선더’에 반발하며 남북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통보한 게 대표적이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으로 당장 12월 예정됐던 ‘비질런트 에이스’의 정상 진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훈련은 한미 연합 공군훈련 중 가장 큰 규모이다. 한미 군사당국은 지난해 이 계획을 수립한 뒤 예산까지 편성해뒀지만, 북-미 협상 기류가 이어지면서 “미 국방부가 훈련을 취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비질런트 에이스를 실시한다면 이는 곧 북-미 관계를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더 나아가 2월 평창 올림픽 이전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최후통첩이고 북한은 이를 비핵화 협상 결렬 선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지난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의 경우 F-22 6대를 비롯해 스텔스 전투기 총 24대가 참가해 미 스텔스 전투기의 한반도 전개 역사상 가장 많은 대수가 한꺼번에 투입됐다. 한미 공중 전력 투입 대수는 수송기 등 지원전력까지 포함해 260여 대에 달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편대도 투입됐다.

○ 매티스 뒤에서 또 다른 카드 준비하는 폼페이오

다만 한미 군사당국이 이런 고강도 훈련을 당장 재개할지는 미지수다. 매티스 장관은 내년 대규모 훈련 재개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결정된 건 없다. 국무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볼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따져보겠다”며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훈련 재개 카드를 꺼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도 “미래 훈련 중단이나 훈련에 대해 어떤 결론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을 주도해 온 국무부는 이날 매티스 장관의 발표와는 별개로 대북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이날 대독한 성명에서 “미국은 김 위원장(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는 게 분명할 때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됐을 때 협상에 복귀하겠다는 신호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의 목표는 세계의 목표”라며 “미국은 다른 나라들처럼 김 위원장이 국민들에게 밝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북한이 이 결의를 이행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매티스 장관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매우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금까지 몇 개월간 비핵화 논의의 주역이 폼페이오였다면 트럼프가 잠시 주연을 매티스로 바꿔 김정은의 생각을 떠보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회담 전 벌어졌던 북-미 정상 간 ‘세기의 밀당’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손효주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존 볼턴#제임스 매티스#북미 관계#북한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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