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철강 수입제한… “한국수출 빨간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23개 품목 200일간 잠정조치… 美 보호무역 움직임에 선제 집행
설정물량 초과분 한해 관세 부과… 러 등 인접국이 물량 선점 가능성
정부 “先계약 많아 영향 제한적”

한국이 철강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지역인 유럽연합(EU)이 19일(현지 시간) 전 세계 철강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잠정 조치를 발동하면서 한국의 철강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EU가 수입을 제한키로 한 열연, 냉연강판 등 23개 품목 대부분이 한국이 수출하는 품목이어서 철강업계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번 세이프가드 잠정 조치는 최근 3년간 EU의 연평균 수입 물량까지는 무관세를 적용하지만 추가로 수입하는 물량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기간은 2019년 2월 4일까지 200일 동안이다. EU가 이 같은 조치를 발동한 것은 미국이 각국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미국 수출길이 막힌 물량이 EU로 유입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EU는 당초 12월경 세이프가드와 관련된 결정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미국이 철강무역 분야에서 강력한 자국 보호주의 움직임을 보이자 잠정 조치를 먼저 발동한 것이다.

한국은 미국에 철강을 수출할 때 관세는 면제받지만 전년 대비 70% 수준으로 수출 물량에서 제한을 받고 있다. 이미 일부 업체는 미국 수출을 중단했거나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수출 시장인 EU까지 수입제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특히 이번 잠정 조치는 국가별로 물량을 제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먼저 EU에 제품을 수출해 설정한 물량이 채워지면 그 뒤부터 관세가 부과되는 선착순 시스템이다. 러시아처럼 유럽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가 먼저 물량 밀어내기를 해 물량을 선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업계와 정부는 일단 올해는 EU로 수출하는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유럽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가 쿼터 선점에 유리할 수는 있지만 한국 철강 제품은 훨씬 더 고품질이고 사용되는 곳도 다르다”며 미리 계약해 수출하는 물량이 많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으로 수출하지 못한 물량은 내수로 전환하거나 중국, 동남아 등으로 주로 수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강 위기의 본질은 이번 EU의 조치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세이프가드는 최종 결정 전 집행되는 잠정 조치에 불과하다. 최종 결정 때 세이프가드 대상이 늘어나거나 물량이 더 많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이번 잠정 조치보다는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9월 열리는 EU 세이프가드 공청회에 참석해 한국 입장을 적극 전달하는 등 이번 잠정 조치보다 수출 제한 품목을 줄이고, 수출량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이은택 기자
#eu#철강 수입제한#한국수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