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헬기 ‘마린온’ 추락, 조종 미숙 가능성 無…성능 자체가 문제”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7월 18일 09시 39분


코멘트
사진=동아일보DB
사진=동아일보DB
해병대 헬기 ‘마린온(MUH-1)’ 추락 사고의 원인은 기체 결함 혹은 정비 불량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전날 오후 4시 46분경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군 6항공전단 비행장 활주로 옆 유도로 부근에서 해병대 1사단 소속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1대가 추락한 원인 등을 추측했다.

이 사무국장은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포항에 있는 제6항공전단 비행장 활주로에서 정비를 마치고 시험 비행에 나선 마린온(수리온을 해병대가 상륙기동용으로 개조한 것)이 이륙하자마자 10m 정도 떠서 곧바로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면서 “이 헬기의 높이가 4.5m이다. 즉, 자신의 키의 2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약 10m 정도까지만 올라간 상황에서 떨어진 거다. ‘로터 블레이드(회전익 항공기의 회전 날개)’라고 하는, 위에서 빙빙빙 도는 그 날개가 떨어져나가면서 곤두박질쳤다는 목격자 증언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선 “제가 보기엔 조종 미숙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왜냐하면 정조종사였던 김모 중령님, 부조종사였던 노모 소령님, 이 두 분은 군에서도 ‘실력이 굉장히 우수한 촉망 받는 조종사였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 또 제가 수리온을 직접 몇 번 타봤는데 비행 제어 시스템이 굉장히 우수했다. 또 안전장치도 2중, 3중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고작 10m밖에 뜨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조작 실수 때문에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기체 결함이고, 하나는 정비 불량”이라며 “기체 결함 부분을 살펴보면, (마린온 개발의 토대가 된)수리온은 개발 초기 단계, 전력화 초기 단계부터 기체 결함 문제가 굉장히 많이 지적돼 왔다. 이것 때문에 감사원 감사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어떤 게 문제냐면 쉽게 말해서 이 수리온이라는 것이 한 40년쯤 된 유럽제 구형 헬기의 설계도를 사와서 여기다가 미국제 엔진과 부품, 그리고 국내에서 개발한 부품을 얹은 그런 하이브리드 기체다. 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A사 자동차에 B사의 엔진을 얹은 격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쉽겠다. 즉 엔진과 기어박스, 기체 성능 자체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라고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그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5년에서 6년, 7년 정도의 개발 기간을 거친다. 그런데 이거보다 몇 배의 부품이 더 많은, 기술적으로 더 복잡한 헬기임에도 불구하고 수리온은 개발 기간이 고작 6년밖에 안 걸렸다. 그래서 이렇게 개발을 해서 실전 배치를 해 보니까 초기부터 기체가 너무 심하게 흔들린다, 날씨가 좀 추운 곳에 가서 비행을 해 보니까 엔진이 얼어붙어서 정지를 하는 그런 문제들이 여러 차례 제기돼서 국정감사에서 이것이 몇 차례 지적이 됐었다”고 덧붙였다.

사진=동아일보DB
사진=동아일보DB

‘당시 지적 받은 게 개선 안 됐다는 건가’라는 물음엔 “개선이 됐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사실 이 기간이 굉장히 짧다. 개발 기간도 짧고, 개선하는 기간도 짧았다. 이 마린온 같은 경우에는 수리온을 가지고 불과 1년 6개월에 걸쳐서 개조 개발을 한 것”이라며 “기체가 좀 더 많이 무거워졌고, 이것저것 장비가 새로 달려서 자동차로 따지면 페이스리프트(외관을 개조해 새롭게 보이도록 만드는 작업) 한 그런 항공기다. 그런데, 항공기는 여러 가지 부품들이 복합적으로 엮여 있지 않느냐. A 문제가 있어서 A를 손보니까 B나 C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이런 여러 변수들이 있는데, 그거를 모두 검증하기에는 개발 기간이 너무 짧았다. 이런 문제점을 생각을 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것을 튜닝해서 마린온이 된 것이냐’는 질문에 “멀리 날아가야 되기 때문에 연료탱크 용량이 좀 늘어났고, 바다에 떨어졌을 경우 일단 좀 떠야 되기 때문에 리프팅 장치, 쉽게 말해서 풍선 같은 게 달렸다. 그리고 각종 전자장비, 통신장비 이런 것들이 더 많이 달렸고, 가장 결정적으로는 바다 염분에 의한 기체 부식을 막기 위해서 방염 처리가 됐다”며 “이런 기체 전체에, 말 그대로 페이스리프트 수준의 개량이 가해졌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해서 충분히 검정을 해 봐야 되는데 그러기에는 개발 기간이 너무 짧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발생한 해병대 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로 헬기에 탑승한 해병대 승무원 6명 중 5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망자는 정조종사 김모 중령(45), 부조종사 노모 소령(36), 정비사 김모 중사(26), 승무원 김모 하사(21) 박모 상병(20)이다. 정비사 김모 상사(42)는 중상을 입고 울산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군 관계자는 “김 상사는 의식을 회복한 상태인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