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분양권 시장도 조용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전매제한 해제에도 거래 잠잠

경희궁 롯데캐슬
경희궁 롯데캐슬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잠잠하다. 최근 서울 아파트 분양권 시장 분위기다. 서울 종로구 무약동 ‘경희궁 롯데캐슬’ 인근 태영공인중개사무소 박기회 대표는 “양도세 부담에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달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청약 당시 11·3 대책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인 평균 43 대 1로 마감됐던 곳이다. 인근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청약 직후에는 전매제한 해제에 맞춰 매물을 찜해달라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문의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서울 도심권 유망단지 분양권에 걸려있던 전매 제한이 속속 풀리고 있지만 분양권 시장은 조용하다. 팔겠다는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도 없어서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전매제한이 풀린 서울의 단지는 5곳 2523채(일반 분양 기준)다. 하지만 이달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67건으로 1월(153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 분양권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건 양도소득세율 인상이다. 보유 기간에 따라 6∼40% 차등적용되던 분양권 양도세율이 올해 1월부터는 일괄 50%로 올라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38건이었던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1월 153건으로 급락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줄어 4월(85건)에는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단기간 급등한 가격도 시장을 얼어붙게 한 원인이다. 13일 전매제한이 풀린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에는 벌써 3억 원가량 프리미엄(전용면적 59m² 기준)이 붙었다. 경희궁 롯데캐슬의 경우 인근 ‘경희궁 자이’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용 84m² 호가가 12억5000만 원까지 뛰었다. 마포구 대흥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가 아닌 집주인들은 양도세를 50% 내느니 차라리 입주 후에 팔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보유세 인상 소식에 입주 때까지 버티려던 집주인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보유세가 오르는 것을 걱정해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는지를 묻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태영공인 박기회 대표는 “당장은 지켜보자는 분위기지만 분양권 양도세를 내는 것과 입주 후 보유세를 내는 것 중 무엇이 나을지 고민하는 눈치”라고 했다. 분양권에는 보유세가 붙지 않지만 입주 후 등기를 내면 보유세를 내야 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유세가 부담스럽더라도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마냥 호가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매물이 나온다고 해도 거래가 되지 않는 현재의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보유세제 개편을 앞두고 일반 아파트 시장도 숨을 죽이고 있다. 당장 급매물 거래가 이뤄지거나 호가를 내리는 등의 움직임은 없지만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서울 강동구 강동명문공인 조성귀 대표는 “그렇지 않아도 사겠다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 보유세가 오르면 더 팔기 힘들어질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강동구는 최근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의 집값이 꾸준히 하락하는 가운데 3주 연속 ‘나홀로’ 상승세를 보인 곳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E공인 관계자는 “최종 개편안에 따라 집을 팔지, 계속 갖고 있을지를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서울 도심#분양권 시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