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망친 중진 은퇴하라” 3시간반만에 끝난 의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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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수습방안 놓고 공방

15일 오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왼쪽에서 여섯 번째)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3시간 30분 동안의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무릎을 꿇고 대국민 사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사죄 의미로 흰색 셔츠를 입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5일 오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왼쪽에서 여섯 번째)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3시간 30분 동안의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무릎을 꿇고 대국민 사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사죄 의미로 흰색 셔츠를 입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또 무릎만 꿇었다.

6·13지방선거에서 궤멸 수준의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은 15일 오후 2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수감 중인 최경환 이우현 의원을 제외한 소속 의원 111명 중 9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25명 정도만 당의 진로에 대해 발언했고, 회의도 3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의총 뒤 한국당 당직자들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펼쳤다. 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는 현수막을 가리키며 “더 높이 들어야지. 그거 안 보이잖아”라고 했다. 김 권한대행은 “저희 무릎 꿇겠습니다. 낭독하세요”라며 무릎을 먼저 꿇었다. 뒤에 늘어서 있던 의원들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몇몇 의원은 사죄의 큰절까지 했지만 일부는 못마땅한 듯 자리를 떴다. 마이크를 잡은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대국민 사과 퍼포먼스’가 끝나자 김 권한대행은 “조기 전당대회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리더십을 치열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지도부 퇴진→비대위 구성→전당대회라는 뻔한 시나리오를 택했다. 한 재선 의원은 “선거 패배 후 첫 의총인데 너무 성의 없는 결정을 내렸다”며 혀를 찼다.

의총 초반에는 혁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 권한대행은 모두발언에서 “한국당은 해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이번 선거는 한국당에 대한 탄핵”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공개 의총에서 초선인 성일종 의원은 “10년간 보수 정치를 책임졌던 중진들이 은퇴하라”고 요구했다. 6선의 김무성 의원은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분열된 보수 통합을 위해 바닥에서 헌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을 따라 초선의 윤상직 의원만 불출마를 시사했다. 성일종 정종섭 김순례 등 중진들의 책임을 먼저 요구하던 초선 의원 중에서도 정작 책임지겠다는 의원은 없었다.

비공개 의총에선 “당을 해체해야 한다” “인재 발굴로 당의 새 얼굴을 만들자”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한 3선 의원은 “당 해체, 중진 퇴진 등의 논의가 있었지만 치열하게 토론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당 해체는 비중 있게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고작 2명만 불출마하겠다는 데에 기가 막혔다. 김무성 의원의 불출마도 향후 전당대회 출마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내에선 비대위원장직을 놓고는 김 권한대행을 추천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권한대행은 “외부 영입도, 내부 참여도 열려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를 중심으로 ‘자유한국당 완패를 만든 ‘5대 공신록’’이란 제목의 글이 나돌았다. 여기엔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 최경환 이정현 등 ‘친박 8적’, 홍준표 전 대표, 강효상 정태옥 의원, 바른정당 복당파 등이 1∼5등 공신으로 등급별로 적혀 있다. 5등 공신은 ‘할 말도 못 하는 거세된 정치’를 한 한국당 의원 전원이라고 했다. 한국당 당직자는 “‘봉숭아학당’ 의총에서 나온 ‘무릎꿇기 쇼’로 웃음거리만 됐다”며 씁쓸해했다.

바른미래당도 김동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8월에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딸의 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출국 전 지도부 오찬에 참석했지만 주로 듣기만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자리에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불참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최고야 기자
#자유한국당#6·13 지방선거#의원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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