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법 개정 추진에… 집중투표 요구한 엘리엇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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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경영간섭 수위 높여… 도입땐 이사회 진입 가능해져
재계 “상법 개정 우려 현실로”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에 주주 환원 정책을 요구하면서 집중투표 도입을 촉구했다. 경영권 간섭 의도를 노골화한 셈이다.

25일 엘리엇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엘리엇은 23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제안하면서 집중투표제 도입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43쪽에 달하는 엘리엇의 제안서에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조항을 없애 달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1주 1표’가 아니라 선임될 이사 수만큼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4명 선임 시 1주당 4표가 주어지고, 한 사람에게 4표를 모두 던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엘리엇은 다른 해외 헤지펀드들과 표를 합쳐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인물을 손쉽게 이사회에 밀어 넣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 외국인 지분이 많은 국내 10대 기업 절반 가까이가 해외 헤지펀드에 경영 비밀을 고스란히 노출하게 된다. 이런 사태를 막아야 할 정부는 자산 2조 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도록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엘리엇은 또 제안서에서 “합병, 분할, 주식교환, 주식변경 등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 회사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대주주의 의사결정 권한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회사 경영진이 포함되지 않은 독립 이사회를 만들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경영활동을 평가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재계에서는 우려했던 대로 엘리엇 같은 해외 투기 자본이 정부의 상법 개정 추진을 경영권 간섭의 기반으로 삼으려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법무부는 집중투표제뿐만 아니라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를 상법 개정안에 담는 방향의 검토의견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에 지배구조개편을 압박하자 엘리엇이 해당 기업 지분을 사들여 개입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엘리엇#현대자동차#집중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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