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대입 모두 실험대상 된 중3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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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입제도 혼란]“입시 코앞에 어떻게 해야할지…”
학생-학부모 정책혼선에 분통

“이러면 일반고 가야 유리한 거 아닌가?”

“글쎄….”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한 11일. 서울 양천구에 사는 최모 씨(41·여)는 중학교 3학년인 둘째 아들의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둘째 박모 군(15)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 입시를 준비했다. 상위권 대학 입시를 위한 학생부종합전형 준비에 일반고보다 유리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교육부 발표로 최 씨 모자는 혼란에 빠졌다. 만약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대입 시 내신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우수학생들이 많은 자사고, 특목고 학생은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학생부에 방과후학교 활동을 적지 못하고 교내 활동만 적는다면 아무래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사고, 특목고가 일반고보다 유리하다.

최 씨는 “고입이 코앞인데 교육부 발표만 보면 도대체 어느 학교에 진학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며 “둘째가 ‘수능 개편이 1년 미뤄지면서 한 살 많은 형 대신 내가 실험대상이 됐다’며 투정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 중3을 가리켜 20년 전 ‘이해찬 세대’보다 더 혼란스러운 ‘김상곤 세대’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 장관의 이름을 딴 세대가 등장한 건 꼭 20년 만이다.

이해찬 세대는 과거 ‘하나만 잘해도 대학 갈 수 있다’는 교육부 발표만 믿었다가 대입에서 좌절을 겪은 1983년생(2002학번)을 뜻한다. 1998년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무시험 전형’, ‘특별전형’을 확대한 대입을 2002학년도부터(당시 중3 해당)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학생 사이에서 학업에 소홀해도 된다는 인식이 퍼졌다.

▼ “이해찬 세대보다 더 혼란 우려” ▼

하지만 2002학년도 수능은 역대 손꼽히는 ‘불수능(어려운 수능)’이었다. 점수는 폭락했고 재수생이 속출했다. ‘단군 이래 최저 학력’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입시전략은 복잡해졌고 덩달아 사교육도 늘었다. 이해찬 세대는 실패한 대입 정책을 뜻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김상곤 세대는 이해찬 세대보다 더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입과 대입이 동시에 바뀌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 입시가 일반고와 동시에 12월에 진행된다. 또 2022학년도 대입은 선발시기부터 평가방식까지 대대적인 개편을 기다리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달라진 과목으로 수능을 치르는 첫해이기도 하다.

가장 불안한 건 자사고, 특목고 진학을 생각했던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배주연 씨(47·여)의 중3 아들은 자사고 진학을 준비했지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배 씨는 “대입정책이 결정되지 않아 고교 선택에 신중해진다”며 “아들이 중간고사 기간인데 마음이 흔들릴까봐 아직 고입계획을 상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당장 중3 입시 전략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8월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 차라리 무관심하게 기다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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