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정시확대-원점수 부활, 이렇게 모순된 정책 처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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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입제도 혼란]무책임한 교육부의 ‘열린 안’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는 하고 싶은데 국민 여론을 보니 정시 확대는 해야겠고, 절대평가 방식의 수능으로는 변별력이 없어 정시 확대가 힘들다 보니 결국 13년 전 없앤 수능 원점수 제공 카드까지 꺼낸 것 아니겠나.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교육부가 11일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 대한 교육계의 해석은 대체로 이같이 요약된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렇게 모순적이고 혼란스러운 정책은 처음”이라며 “뭘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절대평가-정시확대-원점수 부활 ‘모순 세트’

‘수능 절대평가’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신념과도 같은 정책이다. 김 부총리는 11일 “장관이 된 후에는 (수능 절대평가 지지에 대해) 말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가 수능 폐지론자에 가깝다는 것은 교육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2014년 출간한 저서 ‘뚜벅뚜벅 김상곤 교육이 민생이다’에서 “수능 같은 방식의 입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학 진학 방식 중 하나일 뿐이며 그것도 아주 나쁜 방식”이라며 “수능은 대입 자격고사처럼 운영하고 대입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해 8월 공개했다가 철회한 수능 개편안은 1안과 2안 모두 절대평가 확대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10점 단위로 등급을 끊는 절대평가 방식 수능은 변별력이 매우 낮아 사실상 수능으로 뽑는 정시 전형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 상황에서 김 부총리의 수능 정책이 여론을 급속하게 악화시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시 확대 주문이 이어졌다. 그러자 교육부는 전혀 예정에 없던 수능 원점수 카드까지 들고나왔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동점자가 발생할 경우 예외적으로 대학에 원점수를 제공해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능 원점수가 문제가 많다는 이유로 이미 2005년에 없어졌다는 점이다. 원점수란 수능 시험지에 적힌 문항별 배점을 채점 결과에 따라 그대로 더한 것이다. 점수에 따라 이른바 ‘한 줄 세우기’가 가능해 변별력 확보가 쉽다. 그러나 과목 간 난이도 유·불리를 반영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예컨대 생물 70점(응시자 평균점수 90점)을 받은 A학생과 물리 50점(응시자 평균 40점)을 받은 B학생 중 진짜 시험을 잘 본 학생은 B인데도 원점수만 보면 A의 점수가 더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평가전문가인 이규민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는 “원점수 체제에서는 어떤 선택과목을 고르느냐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돼 공정성 문제가 생긴다”며 “수능 원점수를 수능 절대평가의 대안인 것처럼 제시한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대학의 선발 방식 비율을 국민에게 정하라니”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공론화를 통해 결론 내 달라고 요청한 ‘학종-정시 간 적정 비율’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어떻게 국민에게 물어서 정하느냐는 것이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 비율 조정은 대학이 정하도록 고등교육법에 명시돼 있다”며 “이걸 교육전문가도, 교육부도 아닌 국민에게 물어 결정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립대 부총장 역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국민들이 답할 수 없는 걸 답하라고 요구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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