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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우리땅 독도, 어릴 때부터 알고 사랑해야 지키죠”

입력 2018-03-29 03:00업데이트 2018-03-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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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낸 심수진 연두세상 대표
‘용감한 소방차 레이’를 탄생시킨 심수진 연두세상 대표. 독도를 의인화한 그림책을 쓴 그는 “지키라고 가르치기 전에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게 먼저”라며 “아이들이 ‘레이’처럼 독도를 좋아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용감한 소방차 레이’를 탄생시킨 심수진 연두세상 대표. 독도를 의인화한 그림책을 쓴 그는 “지키라고 가르치기 전에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게 먼저”라며 “아이들이 ‘레이’처럼 독도를 좋아하게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일본 출장 중이던 4년 전 심수진 연두세상 대표(50)는 서점에서 발견한 그림책 ‘메치가 있던 섬(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독도 강치(바다사자 일종)와 일본 어린이의 우정을 그린 책으로 강치들이 한국 어부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멸종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전자책으로 초중학교에 배포해 국내에서도 논란이 됐던 문제의 책이었다. 그런데 그가 진짜 충격을 받은 건, 뜻밖에도 잘 만들어진 책이어서였다.
“솔직히 많이 놀랐어요. 구성, 그림, 색감 모두 아이들 감성을 잘 고려한 책이었거든요.”

출판사가 입주한 서울 마포창업복지관에서 19일 만난 심 대표는 “우리는 한 번도 독도 문제를 진짜 아이들 눈높이에서 접근하려고 한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느낀 ‘뜨끔함’을 회상했다. 일본이 왜곡된 역사를 ‘강치’ 같은 귀여운 동물이나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우정을 내세워 교육하면 속수무책이었다. 캐릭터의 저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기 때문에 더욱 조바심이 났다.

사실 심 대표는 출판사 대표이기 전에 동화 작가다. EBS 애니메이션 ‘용감한 소방차 레이’의 원작자가 바로 그다. 경제잡지 등에서 일했던 그는 육아에 전념하다 동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소방차에 빠진 다섯 살 아들과 매일 서대문소방서에서 출동 구경을 했고 그 결과 ‘레이’가 탄생했다. 무명 동화 작가의 원고를 출판해 주겠다는 곳은 없었다. 원고만으로는 캐릭터가 의도대로 구현되기도 어렵겠다 싶어 2010년 무작정 혼자 출판사를 차렸다. 이후 그림 작가 섭외부터 디지털 콘텐츠 제작까지 ‘맨땅에 헤딩하듯’ 하나씩 일을 벌였다.

심 대표는 “당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이 막 출시되던 때라 책을 앱으로도 만들어 올렸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림동화앱 1호’로 해외에서도 주목 받으며 애니메이션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 작은 신생 출판사가 콘텐츠 대기업들과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는 건 무척 이례적이다. ‘캐릭터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방차 11대를 종류별로 의인화해 전 세계 꼬마들의 친구로 만든 그의 ‘촉’은 일본 출장 이후 다시 꿈틀거렸다. 독도에 대해 다방면으로 자료 조사를 시작했다. 심 대표는 “들여다보니 수백만 년 역사를 간직한 독도는 아름답고 소중한 이야기로 가득한 보물섬이었다”고 말했다.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캐릭터를 친구처럼 느껴요. 그 복잡하고 어려운 소방차 종류와 기능도 캐릭터로 만들면 줄줄 꿰잖아요. 독도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이 났어요.”



레이를 만들 때처럼 독도를 대표하는 동식물도 특징을 살려 10가지로 캐릭터화했다. 따뜻한 할머니 동도, 멋쟁이 할아버지 서도, 상냥한 우체통 엄마, 든든한 사철나무 아빠, 부지런한 오징어 이모 등이다. 제목은 ‘보물섬 독도네 가족’. 이달 나온 1권에서는 별이가 개성 넘치는 독도 가족들과 첫 대면을 한다.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독도의 생물, 자원 등을 찾는 보물찾기 놀이가 펼쳐져 10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에도 책을 앱으로도 만들었다.

심 대표는 출판을 전혀 몰랐던 40대 주부가 창업해 여기까지 온 건 “‘엄마표 소방차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열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독도 시리즈를 선보이는 지금도 레이를 처음 만들었을 때와 비슷한 마음이다. 그저 ‘보물섬 독도’가 레이처럼 아이들의 정겨운 친구가 됐으면 하는 것.

“아이들에게 ‘독도는 우리 땅’이란 말은 어려워요. 이 책을 통해 독도에 누가 살고, 무엇이 있는지, 날씨는 어떤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알게 되면 아끼고 싶은 마음은 절로 생기지 않을까요? 지키는 것보다 잘 알고 사랑하는 게 먼저니까요.”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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