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과도한 다양성은 오히려 창의성을 해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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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창의성은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만날 때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 조직을 꾸릴 때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보유한 인력으로 조직을 구성하고자 한다. 하지만 다양성이 항상 창의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대부분의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초경쟁적(hypercompetitive) 환경에서는 다양성이 오히려 창의성을 해치기도 한다. 여기서 초경쟁적 환경이란 신제품 개발과 출시 사이클이 매우 짧아져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요구되는 환경을 의미한다.

독일 만하임대 카린 호이슬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F1 경주차 개발팀을 대상으로 실증 분석을 진행했다. F1 대회는 최고의 자동차 기술이 경쟁하는 초경쟁 환경이다.

연구진은 먼저, 1993년부터 2008년 사이에 88개 팀이 개발한 141대의 F1 경주차가 치른 2375번의 예선 결과 자료를 수집했다. 우선 개발팀의 다양성을 측정하기 위해 각 팀원들의 F1 모터스포츠 관련 직무 경험을 일일이 조사한 후 팀별 경험의 다양성을 수치화했다. 또 각 팀의 성과는 각 대회에서 경주차가 1위에 비해 얼마나 늦게 들어왔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연구 결과, F1처럼 초경쟁적인 환경에서 개발팀의 다양성 지표와 성과 지표 간에는 ‘U’자를 뒤집어놓은 듯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개발팀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개발팀의 성과가 높아지다가, 다양성의 수준이 어떤 수준 이상 넘어서면 성과가 빠르게 감소했다. 즉,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멤버들이 모인 팀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만큼 갈등 해소와 의견 조율에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과도한 다양성은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팀의 규모도 중요했다. 개발팀의 규모가 커지면 커뮤니케이션과 의견 조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승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종류와 지식 기반도 함께 넓어져 다양성에 따르는 부작용도 줄었다. 한국 기업들도 참고할 만 하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98@gmail.com
#과도한 다양성#창의성#강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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