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고]평창이 겨울올림픽 ‘100년 거탑’ 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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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리고 있는 제23회 겨울올림픽을 맞아 이 지구촌 행사의 기원을 되새기는 일은 흥미롭다.

1921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7차 총회가 열렸을 때, 피에르 쿠베르탱은 노련한 외교술을 발휘하여 겨울스포츠 전문가 모임을 주선했다. 그리고 ‘겨울대회’를 신설하는 대신 ‘겨울스포츠 주간’ 행사를 연다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는 이미 ‘북구대회’를 열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거스르지 않기 위한 대안이었다. 이 나라들은 스웨덴을 주축으로 1901년부터 ‘북구대회’라는 이름의 겨울스포츠 국제대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1924년 여름올림픽을 파리에 유치한 프랑스는 같은 해 샤모니에서 ‘국제 겨울스포츠 주간’을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지자, 1926년 열린 IOC 총회는 이 ‘샤모니 행사’에 제1회 겨울올림픽이라는 명칭을 부여하기로 하고, 1928년 대회 개최지로 스위스의 생모리츠를 지명했다. 마침내 겨울올림픽은 여름올림픽과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됐다. 1924년은 겨울올림픽의 원년이 됐고, 샤모니는 겨울스포츠의 성지가 됐다.

이제 100년 가까운 역사 속에 열리고 있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세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끈다.

우선, 이번 대회는 92개 나라에서 3000명 가까운 선수가 참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겨울올림픽이다. 어려운 고비를 극복하고 도달한 것이어서 더욱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대회 준비 막바지 국면에 IOC는 조직적인 약물 복용(도핑)이 의심되는 러시아 대표단의 참가 자격을 박탈하는 전례 없는 강경 조치를 내렸다. 다행히 적지 않은 수의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고, 6개 나라가 이번 대회를 통해 겨울올림픽에 처음으로 참가하게 되어 대회 흥행 관련 우려는 불식됐다.

결과적으로, 올림픽 기강을 세우려는 IOC의 노력과 최대 참여를 유도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의 노력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둘째, 평창대회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이어 30년 만에 한국에서 벌어지는 올림픽이라는 점이다. 모두가 인정하듯 한국 사회는 1980년대를 지나면서 경제적 성장과 함께 민주화를 이루는 데에 집중했다. 서울 올림픽이 발전의 도약대이면서 동시에 민주화의 활력소 역할을 감당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은 30년 전 올림픽 개최 당시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도전으로서 사회와 문화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 역사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은 여전히 냉전의 관성이 지배하는 이 지역의 국제관계가 개선되고 무엇보다 남북한 사이에 소통과 신뢰를 회복하는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 올림픽은 평화를 염원하는 인류의 희망과 요구를 전파하고 실현하는 데에 앞장서 왔다. 1세기에 이르는 올림픽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IOC는 남북한이 참석하는 ‘남북단일팀회의’를 열어 남북 당국자와 선수들이 상호 방문하는 등 대화와 교류가 재개되었고, 그 결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다.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 올림픽 찬가가 울려 퍼지고 올림픽기가 게양됐다. ‘흰 머리 큰 줄기’를 의미하는 백두대간 눈밭에서 펼쳐지고 있는 평창 겨울올림픽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이미 유명한 선수는 물론이거니와 새로 탄생할 선수의 무대가 될 것이다. 동시에, 남북한이 마음을 열고 만나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속적인 교류와 화합의 길에 들어서는 출발선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평창 대회는 겨울올림픽 100년 역사에 가장 빛나는 기념탑이 될 것이다.

에릭 모냉
에릭 모냉
글쓴이 에릭 모냉(50)은 스포츠사회학 박사로 프랑스 프랑슈콩테대 교수이며, ‘샤모니에서 평창까지 동계올림픽의 모든 것’(리에종출판사·2017년)의 저자다.

에릭 모냉
#에릭 모냉#평창 올림픽#겨울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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