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겨울올림픽 가즈아!]평창에 ★ 쏟아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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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기자들이 만난 세계의 별들

스피드스케이팅 황제 스벤 크라머르 “나만 지켜봐달라, 확신한다”
스키여제 린지 본 “할아버지가 6·25 참전용사 평창서 금메달 꼭 따겠다”
피겨 ‘점프 천재’ 네이선 천 “나의 4회전 점프는 강력한 무기”


세계 최고의 별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바로 그 격전장이다. 각 종목의 월드 스타들은 올림픽을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임을 입증하겠다는 각오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동아일보 스포츠부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만난 겨울스포츠 최고의 별들을 소개한다.

황제의 이름 다시 한번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의 스벤 크라머르(32)는 ‘황제’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선수다. 2014년 소치 올림픽 2관왕(5000m, 팀추월) 출신인 크라머르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세계종합선수권에서도 9회나 우승을 차지한 명실상부한 최강자다. 지난해 말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오벌에서 만난 크라머르는 “나만 지켜봐달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평창과 관련한 질문마다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 그에겐 금메달만이 전부는 아니다. “평창을 통해 내 스케이팅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고 싶다”는 게 목표다.
마리트 비에르옌
마리트 비에르옌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노르웨이의 크로스컨트리 스타 마리트 비에르옌(38)도 금메달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이미 10개의 올림픽 메달(금 6, 은 3, 동 1개)을 목에 건 비에르옌은 메달 하나만 더하면 겨울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여자 선수가 된다. 내친김에 평창 진출이 무산된 바이애슬론 황제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노르웨이·금 8, 은 4, 동 1)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정작 스스로는 “(비에른달렌을 넘는 것은) 목표가 아닌 꿈”이라고 말하지만 불가능한 도전은 아니다.

소치 대회 여자 알파인스키 회전 금메달리스트 미케일라 시프린(23)도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그는 여자 알파인스키 5개 전 종목 메달까지 넘보고 있다. 압박감조차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황제다. 시프린은 “(금메달을) 기대해준다는 사실이 오히려 고맙다. 부담은 없다. 올림픽이란 멋진 무대에서 스키에 대한 열정을 세계와 공유하고 싶다. 멋진 기회”라고 말했다.

린지 본

설욕 벼르는 별

평창을 설욕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스타들도 많다. 무릎 부상으로 소치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던 스키여제 린지 본(34·미국)이 대표적이다. 생애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열리는 한국은 본에게도 특별한 장소다.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 도널드 킬도가 6·25전쟁 참전 용사로 한국 땅에서 2년을 보냈기 때문. 본의 아버지, 그리고 본에게 스키를 가르친 인물이 바로 그다.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다. 본은 “스키를 탈 때면 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경기장이 어디이든 그렇다. 모든 경기에는 늘 새로운 기분으로 임하려 한다”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의 모습을 보였다.

다카나시 사라
다카나시 사라

‘스키점프 미녀새’ 다카나시 사라(22·일본)도 소치의 아쉬움을 평창에서 풀겠다는 각오다. 4년 전 금메달 0순위로 꼽혔던 다카나시는 2차 시기에서 실수를 하며 4위로 시상대에도 서지 못했다. 이후 다카나시는 대회 때마다 점프대의 각도부터 심지어 화장실의 위치까지 경기장 시설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대회 전 경기장을 내 몸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소치를 통해 배웠다”고 말한다. 지난해 2월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에서 열린 테스트이벤트(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다카나시는 “훌륭한 점프대도 있고 대회 관계자들도 너무 친절했다”며 평창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세계 최강 넘는다

평창 올림픽에서 세계 최강을 꺾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고 벼르는 별들도 있다.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네이선 천(19·미국), 여자 싱글 케이틀린 오즈먼드(23·캐나다)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평창에서 최고의 별이 되기 위해선 각각 일본의 하뉴 유즈루, 러시아의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를 넘어야 한다. 하뉴와 메드베데바 둘 다 최근 부상에 시달려 챔피언 등극의 적기라는 평가다.

점프 천재로 불리는 천의 장점은 ‘4회전 점프’다.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4대륙 세계선수권에서 하뉴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던 천은 당시 상대보다 2개 많은 7개(쇼트, 프리 포함)의 4회전 점프를 뛰었다. 항간에서는 예술성을 결여한 ‘점프기계’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스스로는 “만약 예술가적 기교만 보고 싶다면 아이스댄싱을 보면 될 것이다. 점프는 피겨의 운동적 측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4회전 점프를 성공시켰을 때 큰 희열을 느낀다. 4회전 점프는 내가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오즈먼드는 고향에 자신의 이름을 딴 빙상장(케이틀린 오즈먼드 아레나)이 있을 정도로 캐나다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스타다. 2014년 9월 연습 도중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던 그는 다리에 철심을 박는 큰 수술을 하고 평창에 도전한다. “피겨는 내 인생이기에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각오다. 한편 1월 유럽피겨선수권에서 메드베데바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러시아의 샛별 알리나 자기토바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태극전사와 정면승부


태극전사와 정면승부를 펼치는 별도 있다. 일본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고다이라 나오(32)는 ‘빙속여제’ 이상화(29)와 여자 500m 금메달을 다툰다. 최근 기세는 고다이라가 한 발 앞선다. 고다이라는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 7차례 레이스에서 모두 승리했다. 빙속여제의 올림픽 3연패를 저지하는 동시에 이상화의 세계신기록(36초 36)마저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스켈레톤의 황제 라트비아의 마르틴스 두쿠르스(34)와 ‘아이언맨’ 윤성빈(24)의 스켈레톤 맞대결도 평창 올림픽 최고의 흥행카드 중 하나다. 소치 올림픽 때 은메달을 땄던 두쿠르스는 금메달을 딴 러시아 선수의 도핑 이력이 밝혀지면서 뒤늦게 금메달을 걸었다. “마흔이 넘어서도 우승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베테랑 두쿠르스가 “이제 시작”을 말하는 윤성빈과의 맞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지 주목된다.

평창=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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