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35년 만의 ‘우주쇼’가 신문에 실리기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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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상공의 월식.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31일 서울상공의 월식.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 하늘에 우주의 신비로운 쇼가 펼쳐지면 사진기자들의 밤도 덩달아 바빠진다.

지난달 31일 한반도에서는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 도중 달이 붉게 보이는 ‘블러드문’과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워 크게 보이는 ‘슈퍼문’ 그리고 보름달이 한 달에 두 번 뜰 때 둘째 달을 가르키는 ‘블루문’까지 겹치는 특별한 광경이 나타났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82년 12월에 ‘슈퍼문-블러드문-블루문’ 등 세 가지 천문현상이 동시에 일어났고 앞으로 19년 후인 2037년 9월에 다시 볼 수 있을 만큼 큰 뉴스이다. 사진기자가 분주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천문연구원등에서 관련 소식을 예고한 상태라 동아일보 사진부에서는 이날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서울 본사의 야근조 기자들에게 준비 어사인먼트가 떨어졌고 부산 지역 주재 기자에게도 하늘을 살펴달라고 부탁했다. 슈퍼문이 시작된 오후 8시 30분경, 부산에서 연락이 왔다. ‘구름이 끼어 달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믿을 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의 개활지에 나가 있는 사진기자 뿐이었다. 다행히 서울은 하늘이 ‘열렸다’는 현장 소식이 들렸다. 사진부와 편집부에서 최종 사진의 형태에 대해 논의를 했다. 달의 모습을 대략 몇 개쯤 사진에 넣을지 그리고 달만 보여줄지 아니면 배경으로 무언가를 걸쳐 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리고 현장에 나가 있는 사진기자의 의견도 물었다. N타워에 사진을 5~6장 정도 걸쳐서 배치하자는 합의를 이뤘다. 달만 보여주는 것보다는 서울하늘을 상징하는 N 타워를 넣는게 효과적이라는 의견이었다.

사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월식 사진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의해 단계적으로 가려지는 모습을 단계적으로 보여줘야 하므로 한 장의 사진으로 찍는게 아니라 합성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진설명에도 ‘합성’ 또는 ‘레이어 합성’이라는 표현을 꼭 쓴다.

그리고 대낮에 찍는 일식(태양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을 찍는 거에 비해 월식은 촬영이 쉬운 편이다. 일식은 태양이 너무 밝아 카메라가 노출값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월식은 300미리 정도의 망원렌즈만 있으면 하늘에 떠 있는 달의 변화만 정확하게 포착하면 현장의 역할은 거의 끝난다. 31일 여의도 한강에서 바라본 월식은 ISO 200에 조리개 8, 셔터스피드는 1/250초 였다. 변화하는 달의 모습을 좀더 자세하게 담기위해 600미리 렌즈를 사용해 15분에서 25분 간격으로 달의 변화 모습을 촬영했다. 달이 붉게 보이는 블러드문(Blood Moon)은 지구에서 반사된 빛이 달을 불그스름하게 만든 것인데 이 때는 육안으로 봐도 달이 어둡다. 그래서 IS)값을 12800까지 높였다. 어두운 피사체를 촬영하기 위해 사용하는 노출값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회사로 전송된 사진을 그래픽 디자이너가 적절하게 배치하고 한 장의 사진으로 합성하는 단계가 남는다.

신문의 마감시간이 대략 밤 11시다. 그래야 다음날 서울시내 가정에 배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기월식이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그래픽 디자이너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N타워 배경으로 5개의 달을 합성한 후 마지막 화룡점정의 블러드문을 기다렸다. 작업을 마무리 한 것이 오후 10시 30분. 마지막 달의 모습은 10시 10분이었다.

이렇게 해서 35년만에 한반도 상공에서 펼쳐진 우주쇼는 한 장의 그래픽 사진으로 신문에 실리게 되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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