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클린턴 스타탄생… 대통령 올라 화제 못끌면 독이 든 성배 마시는 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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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연두교서만큼 주목받는 야당의 ‘반론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직후 생방송으로 전해지는 민주당의 ‘연두교서 반론 연설’은 워싱턴 정가에선 ‘독이 든 성배’로 통한다.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지만 화제성 측면에서는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해야 본전’이란 평가가 많다.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반론 연설 클럽’은 여전히 스타 정치인의 산실로 남아있다. 지난 50여 년간 연두교서 반론을 낭독했던 정치인 중엔 익숙한 이름이 많다. 간접적으로나마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붙어본 경험이 있는 정치인들이 대권에 도전하거나 요직을 차지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올해 연두교서 반론에 나서는 조지프 케네디 3세 하원의원(38·민주·매사추세츠)에게 큰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케네디 의원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손자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케네디라는 이름 자체가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 가문이) 연설로 사람들에게 감명과 자극을 줬기 때문”이라고 28일 전했다. 그러면서 “케네디 의원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조부) 케네디 전 법무장관이나 (종조부) 케네디 전 대통령이 강조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 반면 그는 생각을 정리할 때 오히려 어조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반론 연설엔 관례적으로 초당적 협력을 위한 호소가 담긴다. 케네디 의원이 관례를 따를 경우 원하는 만큼의 매력을 지지층을 상대로 발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민주당으로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중도층을 붙잡는 것도 중요하다며 “조부 케네디 전 법무장관이 그랬듯 (케네디 의원이) 분열을 봉합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역사상 첫 연두교서 반론 연설의 주인공은 훗날 대통령이 됐다. 제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는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시절이던 1966년 1월 17일, 당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이던 에버렛 더크슨과 함께 5일 전에 발표된 린든 존슨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두고 반론을 펼쳤다. 대통령 연두교서는 1965년 처음으로 주요 시간대에 TV를 통해 생중계됐는데, 야당인 공화당이 이듬해에 정치적 수세를 만회하기 위해 고안해 낸 무기를 포드가 휘둘렀던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42대)도 반론 연설의 얼굴 역할을 했다. 1985년 당시 39세의 아칸소 주지사이던 클린턴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반론 연설 방송에서 사회자를 맡았다. 독무대는 아니었지만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백악관 문턱까지 갔던 정치인들 다수도 반론 연설의 주인공이었다. 1996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클린턴과 맞붙었던 밥 돌은 상원 원내대표이던 1996년 1월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맞불을 놨다. 10개월 후 직접 클린턴과 백악관 자리를 두고 겨루게 되면서 TV 화면을 통한 대결이 실제 대권 경쟁으로 이어진 드문 경우가 발생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뛰었던 팀 케인 상원의원(민주·버지니아)은 버지니아 주지사 시절인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대응한 반론 연설을 펼쳤다. 현 하원의장인 폴 라이언(공화·위스콘신)도 2011년 연두교서 반박 연설을 맡은 다음 해인 2012년 밋 롬니의 러닝메이트로 대선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실세로 통하는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도 ‘반론 연설 클럽’ 출신이다. 2016년 반론 연설에서 헤일리는 “미국은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강조하며 다가올 대선에서 공화당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반론 연설에서 그는 “분노의 목소리를 따르자는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며 당시 경선 후보이던 트럼프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조은아 기자
#포드#클린턴#대통령#화제#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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