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위반 뒤늦게 합의해도 벌금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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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시행후 곳곳서 혼선… 업주-근로자 모두 규정 숙지해야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올라 혼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광주에서 최저임금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업주 3명이 벌금과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뒤늦게 최저임금 부족 금액을 주거나 합의를 했지만 유죄 판결을 피하지 못했다. 법조계 등에서는 업주와 근로자 모두 관련법을 알고 있어야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강규태 판사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30대 전산업체 사장 A 씨에게 벌금 10만 원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직원 B 씨를 2016년 5월부터 2017년 7월까지 고용했지만 매달 최저임금보다 23만 원씩 적게 줬다. 이들은 2017년 6월 업무를 놓고 다투다 B 씨가 퇴직하기로 했다. A 씨는 퇴직금과 최저임금 부족액을 함께 지급했지만 20일 뒤 B 씨의 신고로 법정에 서게 됐다.

A 씨는 법정에서 “직원들에게 기본급 이외에 식비를 충분히 줬고 임금체불도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와 화해했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광주지법 형사9단독 김강산 판사는 지난해 9월 최저임금을 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60대 환경업체 사장 C 씨를 선고 유예했다. C 씨는 지난해 1, 2월 주차관리원인 직원에게 최저임금보다 5만 원을 덜 줬다. 재판부는 “최저임금 부족액이 적고 합의한 것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광주지법 형사10단독 이중민 판사는 지난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40대 옷가게 사장 D 씨에 대해 벌금 20만 원을 선고했다. D 씨는 2016년 1월부터 2개월간 옷가게 종업원에게 최저임금보다 48만 원을 적게 줬다. 재판부는 “합의했지만 최저임금 위반은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위반은 일선 지방노동청 지도감독과 근로자 신고로 적발된다. 노동청이 적발할 경우 대부분 집무규정에 따라 업주에게 시정을 명령한다. 노동청은 시정명령을 근로자 생계를 위한 최저임금 확보 목적의 행정제재로 활용하고 있다. 업주가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3년 내에 두 차례 위반하면 악의적인 사례로 판단해 입건한다.

노동청은 근로자가 최저임금 위반을 신고하거나 화해 이후 업주 처벌을 원하면 입건한다. 근로자와 합의를 했더라도 합의는 처벌 수위를 낮추는 감경 사례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위반은 임금 체불이나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달리 합의하더라도 처벌되는 강행 규정이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고용노동부가 적발한 최저임금 위반 사건 4528건 가운데 115건이 처벌됐다. 같은 기간 근로자가 신고한 최저임금 위반 사건 8148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009건이 처벌됐다.

자영업자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6.4%가 인상돼 운영이 힘든데도 최저임금 위반이 처벌 위주로만 흘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솜방망이 처벌이 최저임금 위반을 확산시키는 만큼 엄정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최저임금#최저임금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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