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중국 경영을 전공했다. 한국어로 진행하는 한 과목 이외에는 모든 수업을 중국어로 수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학원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토익 점수를 제출해야 했다. 선택이 아닌 ‘필수’로. 친한 지인은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인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토익 점수를 제출했다. 그 또한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말이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1, 2학년생의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를 발표해 여론을 들끓게 했다. 더 나아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의 영어수업 금지 또한 논의 중에 있다. 단순히 교육부가 나서 저학년과 영유아의 영어교육을 금지시킨다고 이 법이 잘 지켜질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빠짐없이 ‘영어’라는 허들이 등장한다. 반드시 넘어야 하는 것이며, 남들보다 더 ‘높게’ 넘을 경우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영어와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서도 영어는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에서 인정받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어릴 때부터 영어라는 난관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논의해야 할 사항은 조기 영어교육이나 이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는 것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영어 능력을 시험 점수로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자체다. 영어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 조기 영어교육은 물론이고 이를 금지코자 하는 법은 자연히 일소(一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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