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中 ‘콩나물교실’, 공론화로 해결 물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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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내 학교’ 학생들 선호… 위장전입하고 학부모 집회까지
과밀학급 심각… 학교-부모 머리맞대… 협의체 “정원 115% 넘지 않게” 결론

‘팻말 들고 시위에 나서야 하나. 차라리 이사를 가버릴까….’

서울 강북구 삼각산동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지난 10년 가까이 이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삼각산중학교 때문에 생긴 고민이다. 삼각산중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 문제는 이 동네 초등학생들이 모두 삼각산중에 진학할 수 없다는 데 있다.

2003년 개교할 때 삼각산중은 전체 학생 수가 300명을 조금 넘었다. 그러나 이후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같은 학군의 영훈중이 2009년 국제중으로 전환하면서 삼각산중이 받을 수 있는 학생보다 삼각산동에 사는 초등생이 더 많아졌다. 2006년 345명이던 입학생은 2017년 450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반이 두 개 늘었음에도 학급당 학생 수는 38.3명에서 41.0명이 됐다.

매년 50여 명은 동네에서 차로 20분 가야 하는 다른 중학교에 배정됐다. 버스 노선이 복잡한 데다 버스 정류장까지 한참을 걸어야 한다. 삼각산중에 배정받으려고 위장 전입하는 학생들까지 생기면서 삼각산동 학부모의 불만은 점점 커졌다. 과밀학급이 되고 억지로 교실을 만들다 보니 학생들은 “너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최근 몇 년간 학부모들은 ‘삼각산동 학생은 삼각산중에 배정해 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학교 배정 시즌만 되면 부동산 가격 상승까지 부추기던 문제가 최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올 초 삼각산동 학부모와 삼각산중을 포함한 인근 초·중학교, 성북강북교육지원청, 시·구의회 관계자 등 10여 명으로 ‘삼각산동 중학입학 배정 협의체’를 구성해 6차례 회의를 한 끝에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협의체는 21일 삼각산동 학생이 삼각산중 학급 수용인원의 11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정받는다는 데 합의했다. 학부모들이 ‘전원 삼각산중 입학’ 요구에서 한발 물러섰다. 교육지원청은 삼각산중에 못 가는 학생들이 최대한 동네에서 가까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힘쓰기로 했다.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강북을)은 “이번 협의체가 지역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숙의민주주의 실험의 선례로 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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