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뮤지컬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는 단연 무대다. 좌우에 각각 배치된 11m 높이의 철골 탑을 중심으로 총 7개의 플랭크(철재 계단 건축물)를 사선으로 연결해 타이타닉호의 입체적인 선실 모습을 구현해 냈다. 특히 배우 20명이 플랭크 위로 대거 올라가 동선 대형을 이루면 입체미가 더욱 살아난다.
‘타이타닉’의 노병우 무대감독은 “플랭크 바닥은 계단으로 돼 있거나 실제 선실 바닥 통로 디자인과 같은 그레이팅(상하수도의 철망 뚜껑 모양) 구조로 만들어 사실감을 더했다”고 말했다. 무대 중앙에 있는 삼각형의 배 앞머리를 중심으로 사선으로 연결된 5개의 플랭크는 짧게는 7m, 길게는 10m에 이른다.
뮤지컬 ‘타이타닉’의 무대는 다른 뮤지컬과 달리 유독 객석과 가깝다. 비밀은 무대에서부터 객석 2층 좌우 출입문까지 사선으로 연결된 두 개의 플랭크에 있다. 노병우 감독은 “배우들이 자주 움직이는 무대로 사용되다 보니 1층 객석 중앙열 좌석 인근까지 배우의 동선이 이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혀 침몰된 뒤 승객들이 바닷속으로 빠져드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총 4명의 남자 배우가 무대 천장에서부터 서서히 내려온 뒤 팔다리를 움직이거나 360도 회전하며 실제 물에 빠진 사람처럼 리얼한 연기를 펼친다. 이 장면의 비결은 뭘까. 노병우 감독은 “무대에서 11m 떨어진 천장 높이에 ‘캣워크’라는 좁은 공간의 통로가 있다”며 “캣워크에 대기하던 배우들이 허리 양쪽에 와이어를 찬 뒤 한 명씩 무대 쪽으로 내려가며 다양한 동작을 펼친다”고 말했다.
뮤지컬 ‘타이타닉’은 사실 한국 뮤지컬의 흥행공식을 여러모로 비켜간 작품이다. 주요 캐릭터 한두 명을 부각시켜 티켓파워를 지닌 스타를 캐스팅해 흥행에 열을 올리는 여느 작품과 달리 배우 20명이 주·조연 구분 없이 여러 명의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는 멀티 롤(multi-role) 뮤지컬이다. 게다가 동명 영화가 제작되기 전 만들어진 뮤지컬이라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잭 도슨(리어나도 디캐프리오)과 로즈(케이트 윈즐릿) 캐릭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 라인과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 서정적인 멜로디의 뮤지컬 넘버는 관객의 만족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1588-5212 ★★★★(★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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