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특수학교 164곳 진로전문교사 ‘0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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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없는 보직교사가 진로 지도
‘90%이상 전문교사’ 일반고와 대조… 장애학생 비진학-미취업 매년 늘어
“진로교육 맡을 특수교사 충원 시급”

서울시내 한 특수학교를 졸업한 김모 씨(21·지적장애3급)는 요즘 지하철 청소 훈련을 받고 있다. 학교에서 배워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지만 관련 분야로 취업하지 못했다. 이알찬 서울커리어플러스센터 센터장은 “바리스타는 특수학교에서 훈련하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인데, 학교에서 안내하는 직업의 폭이 좁다 보니 특정 직업에 쏠림 현상이 심하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나 특수학교 졸업 후 진학이나 취업을 하지 못하는 장애 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특수학교의 진로전담교사 중 전문자격을 갖춘 교사는 단 한 명도 없어 장애 학생 진로·취업 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철규 의원(자유한국당)이 교육부에서 받은 ‘장애학생 진로 및 특수학교 진로전담교사 현황’에 따르면 2013∼2017년 고등학교나 특수학교를 졸업한 장애학생 3만5776명 중 비진학·미취업 학생은 1만3253명으로 3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2217명(34.1%), 2014년 2172명(31.1%), 2015년 2715명(38.2%), 2016년 3024명(40.6%), 2017년(4월 기준) 3125명(40.4%)으로 증가 추세다.

특수학교의 ‘전공과’를 졸업해도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공과는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특수교육대상자에게 1년 이상 진로 및 직업교육을 하는 과정이다. 5년(2013∼2017년)간 전공과를 졸업한 학생 9261명 중 5861명(63.3%)은 취업도, 진학도 하지 못했다.

장애학생의 진로지도와 취업 문제 해결이 시급하지만 전국 164개 특수학교의 ‘진로전담교사’ 중 전문자격을 획득한 교사는 한 명도 없다. 반면 일반고 자율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의 90% 이상은 자격증을 가진 진로전담교사를 확보하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중고등학교의 ‘진로전담교사’는 반드시 전문자격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와 특수학교는 보직교사로 대체할 수 있어 특수학교에선 자격증 없는 보직교사가 학생 진로를 지도하고 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진로교육이라고 하면 대부분 학교 안에서 도자기를 만들거나 종이접기를 하는 데 그친다”며 “부모가 바빠 직접 진로·직업과 관련된 정보를 찾을 여력이 없으면 장애학생은 방치되기 쉽다”고 말했다.

특수교사 법정 정원 확보율이 60%대에 머물러 있어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이 의원은 “특수교사를 충분히 확보하고 진로전담교사 연수를 진행할 때는 특수학교 교사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특수학교#진로전문교사#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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