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팸족 1000만 시대 톡톡]사랑스러운 반려견, 때론 조심 또 조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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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 동물과 가족처럼 지내는 ‘펫팸족’ 1000만 시대. 나만 바라보고 늘 웃어주는 반려동물은 때론 사람보다 더 큰 위안을 줍니다. 하지만 ‘반려’라는 말이 무색하게 버려지는 동물도 적지 않은데요. 진정한 반려를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
 
본인에겐 가족, 남에겐 공포

“얼마 전 대형 쇼핑몰에 갔다가 집채만 한 개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사람 허리까지 오는 개였는데 주인이 개에게 끌려다니더군요. 구경하려던 매장 앞에 그 개가 계속 서 있는 바람에 무서워서 매장은 들어가지도 못했죠.”―이현주 씨(64·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작고 흰 강아지가 갑자기 제게 뛰어들었어요. 어둑한 저녁인 데다 개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화들짝 놀라서 발로 차며 저리 가라고 외쳤죠. 한데 주인이 오더니 왜 그러냐며 삿대질하면서 욕설을 하더군요.”―손지향 씨(37·서울 마포구)

“집 근처 공원에 거의 매일 나가는데 새벽이든 저녁이든 대형견이 정말 많아졌어요. 하도 개가 많아 저는 경찰에 위협을 느낀다며 몰래 신고해요. 저는 정말로 두렵고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습니다. 동물권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우선시하자는 겁니다.”―최모 씨(34·자영업)

“로트바일러를 키운 적이 있는데 흥분해서 난동을 부리면 성인 남성도 제어하기 힘들어요. 제 키가 178cm에 몸무게가 80kg인데도 힘이 부치거든요. 한데 체구가 작은 여성이 헐겁게 목줄 하고 두세 마리씩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봐요.”―목성훈 씨(30·부산 거주)

“수년 전부터 아기와 반려견이 같이 잠을 자고 뒹굴며 장난치고 목욕하는 영상이 널리 퍼졌잖아요. 이런 영상이 반려동물에 대한 환상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진돗개에 특히 관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죠.”―박미라 씨(37·교사)

“파충류나 양서류도 감정 표현을 하고 동물과 교감을 할 수 있습니다. 징그럽다는 분들이 많은데 파충류나 양서류는 병도 잘 안 걸리고 활동 반경이 넓지 않은 동물이 많아 우리나 실내에서 가둬 놓고 기르기 좋습니다.”―최진원 씨(33·파충류 사육사·희귀동물 분양전문점 ‘비비펫’ 운영)
 
사람 무는 개, why?

“대형견들의 사냥 본능을 다스리려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소리, 장소, 사람에게 노출을 시켜야 해요. 그래야 사회성을 키울 수 있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낯선 환경에서 반사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을 하게 됩니다.”―이웅종 씨(47·연암대 동물보호계열학과 교수)

“얼마 전 이촌한강공원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골든레트리버 2마리가 동시에 제 반려견을 물어뜯어 피투성이가 된 채 숨을 거뒀습니다. 해당 견주 이야기를 건너 들었는데, 개들을 목줄로 학대한다고 하더라고요. 주인이 반려견을 학대하고, 그 반려견이 제 반려견을 학대하고….”―박현선 씨(39·몰티즈 주인)

“저희 개가 애견카페에 갔다가 대형견에게 얼굴을 물려 구멍이 났어요. 대형견과 소형견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아 돌아갈까 하다가 들어갔는데 결국 사달이 났죠. 상대 개가 관절염 약물을 복용 중인 골든레트리버였는데, 치료 중인 개는 예민해져서 애견카페에 오면 안 되거든요. 애견 카페는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대형견 소형견 분리 등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문혜영 씨(37·영어학원장)
 
펫티켓 장착합시다

“영국은 공공장소에서 모든 개가 견주의 신상정보가 적힌 목줄을 착용해야 합니다. 주인이 개를 통제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면 50∼1000파운드의 벌금을 내야 하죠. 미국은 1000달러의 벌금이나 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요.”―박모 씨(공무원)

“개 키우는 것도 등록제로 하고 세금을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휴가철에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1만5000건이라니, 너무하지 않나요? 외국에서 생활할 때 보니 아파트에선 동물 종류와 무게 등에 제한을 두거나 맹견은 등록비를 늘리는 등 제도가 다양하던데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과도기인 것 같아요.”―김진명 씨(29·닥스훈트 주인)

“하도 호텔에 반려동물을 버리고 가서 결제방식을 선불제로 바꾸고 신분증 주소까지 철저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선불이니 처음엔 일주일 정도 계약했다가 차츰 기간을 연장하는데 이제는 그 속이 빤히 보이죠. 더 악질은 동물을 맡긴 뒤 보상을 노리고 피부병이 생겼다, 상처가 생겼다며 시비를 거는 경우예요. 수의사 뺨치는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사기꾼들에게 당하기 쉽습니다.”―김모 씨(40대·애견호텔 운영)
 
펫팸족도 할 말 있다

“명절에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반려동물 이야기가 나왔어요. 키우던 시추를 얼마 전 떠나보낸 상태였는데 이모 한 분이 동물 가둬놓고 키우는 건 이기적이다, 동물에게 쏟을 정성을 차라리 고아들에게 쏟아라 등 악담을 퍼부으셨어요. 잠깐 키웠다 해도 내 자식이라서 아픈 건데 쉽게 얘기하면 마음이 무너져요.”―박지현 씨(27·시추 주인)

“아파트 뒤에 공터가 있는데 오후 10시만 되면 견주들이 강아지 풀어놓고 노는 곳이 있어요. 한데 요즘 사건이 많이 터진 이후 그곳에서 견주와 행인이 싸우는 상황이 잦아졌어요. 흡연구역처럼 강아지프리존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배자운 씨(23·유기견 입양)

“1년 만에 키우던 강아지를 분양숍에 되돌려준 적이 있어요. 처음엔 집안의 귀염둥이였는데 저는 재수하게 되고 동생은 고 3에 아빠는 한창 바쁘셨어요. 강아지와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엄마도 아프셨고요. 또 훈육이 제대로 안 되니 온 가족을 물고 힘들게 해서 고민하다가 그렇게 결정한 거죠.”―김누리 씨(25·대학생·푸들 주인)
 
갈 길 먼 ‘펫팸 사회’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동물 장묘시설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전국에 화장시설이 25곳 정도 있는데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도 님비현상 때문에 시설 건립 계획이 꺾이는 경우가 많죠. 비용은 보통 무게 5kg에 20만 원 정도로, 개 고양이뿐 아니라 햄스터 등 작은 동물도 화장할 수 있습니다.”―구화철 씨(59·반려동물업계 관계자)

“지난해에만 승객 2만5000명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저희 비행기를 탔어요. 동물 여행이 늘면서 저희 항공사에서는 동물에게도 마일리지를 주는 ‘스카이페츠(Sky Pets)’ 서비스를 5월부터 시작했습니다. 다만 여행할 수 있는 동물은 개, 고양이, 새로 제한됩니다.”―박은혜 씨(대한항공 국내홍보1팀 과장)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시끄럽게 짖고, 털 날리고, 이웃들과 갈등도 생기죠. 그러면 슬그머니 버릴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재로선 등록제를 손보자는 의견도 있고 우수한 보호센터에 지원을 확대하는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견주들 자격을 제한하자는 의견은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어 현재로선 계획이 없습니다.”―이승환 씨(38·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복지과 사무관)

“동생이 분양받은 고양이를 제가 키우고 있는데 강아지보다는 돈이 덜 드는 편이에요. 그래도 이런저런 검사까지 하다 보면 20만 원 이상 드는 것 같아요. 미용비는 무마취는 대략 10만 원, 마취는 15만 원 정도입니다. 그래도 강아지보다 배변도 잘 가리고 외로움도 덜 타니 1인 가구나 맞벌이 가정에서 고양이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이효리 씨(25·헤어디자이너·페르시안 친칠라 고양이 주인)

“요즘 사회적으로 대인관계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잖아요. 반려동물은 대가 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 것 같아요.”―정지은 씨(36·문화평론가)
 
이설 기자 snow@donga.com·손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펫팸족#펫티켓#펫팸 사회#반려동물#진정한 반려를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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