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해군들 “연휴요? 바다지키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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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女해상지휘관 안미영-안희현 소령
출동태세 유지에 관사 못떠나자 시부모-남편-딸이 ‘역귀성’ 재회
두 딸 할머니집에 맡기고 장기출동

해군 최초의 여군 함장인 ‘고령함’ 함장 안희현 소령이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고령함에서 작전 지휘를 하고 있다(첫번째 사진). 해군 최초의 여군 고속정 편대장 안미영 소령(두번째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같은 날 자신을 보러 부산 해군작전사령부를 찾은 시부모님, 이날 돌을 맞은 딸, 남편과 환하게 웃고 있다. 해군 제공
해군 최초의 여군 함장인 ‘고령함’ 함장 안희현 소령이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고령함에서 작전 지휘를 하고 있다(첫번째 사진). 해군 최초의 여군 고속정 편대장 안미영 소령(두번째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같은 날 자신을 보러 부산 해군작전사령부를 찾은 시부모님, 이날 돌을 맞은 딸, 남편과 환하게 웃고 있다. 해군 제공
최장 10일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 시작일인 지난달 30일. 해군 3함대 예하 321고속정편대장인 안미영 소령(37)이 혼자 거주하는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인근 관사에선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명절이면 며느리가 시댁을 찾아가는 것과 달리 안 소령의 60대 시부모가 경남 진주에서 부산까지 찾아온 것. 12개월 된 외동딸과 회사원 남편도 시부모와 함께 추석을 맞아 안 소령을 보러 왔다. 한 달에 한 번밖에 얼굴을 보지 못해 엄마를 봐도 뚱하던 딸이었지만 이날은 두 팔을 벌려 안아 달라고 보챘다. 이날은 딸의 돌이기도 해 한데 모인 가족들은 돌을 기념한 식사도 했다.

7월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지 2주 만에 고속정편대장으로 취임한 안 소령은 취임 후 처음 맞는 추석 연휴를 조금 색다르게 보내고 있었다. 안 소령은 1945년 해군 창설 이후 최초로 여군 고속정편대장에 취임하면서 화제가 된 인물. 그는 열흘간의 ‘황금연휴’라는 이번 추석 연휴에도 해군작전사령부를 떠나지 못했다. 연휴 기간 중에도 명령이 떨어지면 30분 내에 고속정이 출항할 수 있는 ‘출동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해서다. 시부모님과 남편, 딸이 안 소령을 보러 부산행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 소령이 이끄는 참수리고속정 2척은 동남 해역 수호 임무를 담당한다. 선박 화재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하거나 섬 지역에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출동하는 ‘초동조치전력’으로 연휴에도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 때문에 편대장 취임 이후 두 달여 동안 이번을 포함해 남편과 딸을 3번밖에 만나지 못했다. 안 소령의 딸을 대신 키우고, 며느리를 직접 만나러 가야 하는 ‘특수상황’이지만 시어머니 허종자 씨(60)는 며느리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 씨는 “군복을 입고 군함을 지휘하는 며느리가 자랑스럽다”며 “남자들도 하기 힘든 일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고 했다. 안 소령은 “군인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시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며 “우리 가족과 국민들이 편안하게 추석을 보낼 수 있도록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초 기뢰를 탐색·제거하는 소해함인 ‘고령함’ 함장으로 취임하며 ‘여군 최초의 함장’이라는 타이틀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여군 안희현 소령(37)은 추석 연휴 기간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다. 추석 연휴 기간에 전방 해역으로 한 달 넘게 출동을 가기 때문. 안 소령에겐 첫 장기 출동이다. 6세, 5세인 두 딸은 연휴 전에 미리 경기 성남시 할머니집으로 보냈고, 남편 신주호 소령(37)은 경기 화성의 해병대사령부에서 정보상황실장으로 근무 중이어서 만날 수가 없다.

안 소령은 대신 고령함 승조원들에게 피자를 쏠 계획이다. 추석 연휴에도 집에 가지 못하는 승조원들과 모항인 경남 진해에서 피자 파티를 하며 이들을 격려하겠다는 것이다. 안 소령은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군인이자 함장으로서 임무 완수와 승조원 사기 진작이 우선”이라며 “전투함이 기뢰 걱정 없이 안심하고 군항을 입·출항할 수 있도록 기뢰 탐색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여군 함장의 추석#시부모님 역귀성 재회#해상지휘관 안미영 소령#해상지휘관 안희현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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